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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내가 감독이다.” 2000여명의 팬들이 자신들이 감독이라고 들고 일어났다. 감독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을 지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이들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단체로 감독 얼굴로 만든 가면을 쓰고 원정길에 오른 팀을 응원하기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감독은 노르웨이의 보되/글림트의 셰틸 사령탑인 크누트센이다. 현지시간 13일 유럽축구연맹(UEFA)은 보되/글림트 구단이 제기한 크누트센 감독의 징계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크누트센 감독은 UEFA로부터 ‘잠정’ 자격 정지 결정을 당한 상태이다.
사건은 지난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누트센 감독이 이끄는 보되/글림트는 홈구장인 노르웨이 보되의 암스프미라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1-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 8강 1차전에서 AS로마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로마의 로렌조 펠레그리니가 선취골을 넣었지만, 후반 글림트의 울릭 살트네스와 휴고 베틀레센이 득점하며 역전승을 만들었다.
이 경기서 크누트센 감독과 로마 골키퍼가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AS로마가 패한 후 로마의 주장 로렌조 펠레그리니는 골키퍼 산토스가 상대 감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크누트센 감독은 산토스가 자신의 목을 움켜잡았다고 비난했다.
상대방을 말이 다르자 UEFA는 성명을 통해 “크누트센 감독은 UEFA의 윤리 및 징계 기구가 이 사건을 최종 결정할 때까지 다음 UEFA 클럽 대회 경기에 잠정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크누트센 감독은 오는 15일 로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보되/글림트 팬들은 급히 그를 응원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들어갔다. 하룻만에 약 7만 크로네(1000만원)가 모였다고 노르웨이의 ‘NRK'가 14일 보도했다.
이 기금을 갖고 팬들은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만들기로 결정, 급하게 가면을 찍어서 로마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팬들에게 나눠줬다. 약 2000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일 AS 로마 홈구장에서도 나눠줘 경기 도중 한번은 감독의 가면을 쓰고 ‘UEFA의 결정에 항의’할 예정이다.
이를 전해들은 보뇌/글림트의 울릭 살트네스 주장은 “이같은 계획을 세운 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정말 팬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선수가 아니었다면 나도 서포터스가 되었을 것이다. 정말 정말 재미있는 계획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징계를 받아 벤치에서 쫓겨난 감독을 응원하기위해 감독 가면을 만든 보뇌/글림트팬들이 가면을 쓰고 원정 비행기에 올랐다. 사진=NRT캡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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