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돌아보면 경이로웠던 25경기다.
KIA '복덩이' 정해영은 지난달 29일 광주 삼성전서 1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3-3 동점이던 9회초에 등판, 선두타자 김현준을 삼진 처리했으나 이재현과 김지찬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구자욱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호세 피렐라에게 통한의 좌중간 1타점 결승적시타를 내줬다.
알고 보면 정해영에겐 두 배로 아쉬운 경기였다. 결승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으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게 가장 뼈 아팠다. 그리고 2021년 9월18일 LG전(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부터 시작된 연속경기 무실점을 25경기로 마쳤다. 아울러 자책점이었기 때문에 2021년 9월15일 롯데전(1⅓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부터 시작된 연속경기 비자책도 27경기로 끝났다.
'끝판왕' 오승환(삼성)의 대기록이 눈 앞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오승환은 2011년 5월21일 두산전부터 9월7일 한화전까지 31경기 연속 무실점, 비자책을 기록했다. 정해영이 오승환의 11년전 대기록을 소환하기까지 무실점 6경기, 비자책 4경기 차를 두고 돌아섰던 것이다.
정해영은 비록 오승환과 어깨를 나란히 할, 혹은 넘어설 기록 하나를 만들 기회는 놓쳤지만, 여전히 타이거즈의 복덩이다. 올 시즌 8경기서 1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1.13. 최근 KIA는 메인 셋업맨 장현식이 3경기 연속 실점하며 흔들리는 게 고민이다. 그러나 8회까지만 버티면 9회는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다.
정해영은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조화가 빼어나다. 담력도 좋은 편인데 3년차를 맞아 경험까지 쌓이면서 마무리로서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오승환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여전히 시간은 정해영의 편이다. 고작 21세다.
한편으로 오승환의 존재감이 새삼 느껴진다. 지난달 29일 경기서 9회말 '세이브 강제 강탈' 사건이 크게 주목 받았다. 삼성 벤치가 교체가 아닌 목적의 마운드 방문 횟수(1경기 2회)를 착각, 세 차례 방문하면서 오승환이 9회말 2사까지 잡고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급히 등판한 이승현이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오승환에겐 낯선 홀드가 주어졌다. 가정이지만 당시 이승현이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결정적 한 방이라도 맞았다면 삼성으로선 두고두고 뼈 아픈 경기가 될 뻔했다. 그만큼 오승환의 존재감은 예나 지금이나 특별하다.
오승환이 11년 전 대기록을 세울 때, 29세로 최전성기였다. 2009년과 2010년 어깨, 팔꿈치부상과 수술 여파로 주춤했고, 보란 듯이 재기한 시즌이었다. 당시 54경기서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은 무려 0.63. 커리어 최저 평균자책점이었다. '선동열급' 시즌이었다. 2011년 삼성은 오승환의 부활을 발판 삼아 왕조(정규시즌 5연패, 통합 4연패)의 기틀을 다졌다.
KIA는 FA, 트레이드 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로 지난 3년간의 내리막을 청산하고 우승을 선언했다. 그러나 나성범, 양현종, 박동원 등 비싸고 어렵게 영입한 선수들만 잘 한다고 '뉴 타이거즈'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선발, 불펜, 타격, 수비, 주루 등 각 파트의 핵심이 잘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정해영이 전성기를 막 시작한 건 타이거즈에 축복이다. 정해영이 오승환을 따라잡을 기회는 또 찾아온다. 그는 작년 겨울 희망더하기 자선야구서 "오승환 선배님의 모든 걸 닮고 싶다"라고 했다.
한편으로 대기록 이후 11년이 지나도 오승환은 오승환이다.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돌아와 화려한 황혼기를 보낸다. 올 시즌 8경기서 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38. 불혹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오승환 역시 경이롭다.
[정해영(위. 가운데),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