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려운 말이긴 한데…즐기면서 하면 좋겠다."
"즐기면서 해라"는 말은 실천하기 쉬워 보여도 어렵다. 평생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지 못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즐기면서 일하긴 어렵다. 사회인들이 조직에서 성과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는 건 숙명이다.
KT 이강철 감독의 시선에 'FA 30억원 사나이' 박병호는 여전히 부담과 스트레스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선 키움에서 지난 2년간의 하락세를 다시 인정하고 싶지 않고, KT의 선택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KT의 상황이 좋지도 않다. 간판스타 강백호와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중심타선에서 박병호가 해줘야 할 몫이 커졌다. 장성우가 분전하지만, 수비부담이 큰 포수다. 베테랑 박병호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박병호의 야구가 잘 안 풀린다. 지난달 26~28일 KIA와의 홈 3연전서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다. 친정 키움을 처음으로 만난 지난달 29일 고척 원정에서도 무안타. 그래도 4월 마지막 경기서 홈런 포함 3안타를 날리며 기분 전환을 했다. 시즌 23경기서 타율 0.250 5홈런 13타점 10득점 OPS 0.796. KT에서의 첫 한 달간 몸값 대비 실적이 저조했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가 결과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과 책임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즐기면서 야구를 하면 좋겠다. 어려운 말이긴 한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팀은 작년에도 앞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뒤에서 해결해줬다. 서로 마음 편하게 야구했다. 병호가 해결하지 못하면 성우가 있다. 너무 부담을 안 가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박병호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과거 넥센 코치 시절부터 지켜본 박병호가 안쓰러운 마음이 큰 듯하다. 이 감독은 문득 자신의 경험담을 꺼냈다. 이 감독은 1999~2000년 FA 시장에서 삼성과 3년 8억원에 계약, FA 역대 1호 이적생이었다.
이 감독은 "처음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이적 1호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똑같이 하면 되는데 엄청 잘 하려다 보니,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호도 완벽하게 하려는 느낌이다. FA 계약 후에도 하던대로 하면 되고, 부담 갖지 말고 하라고 했다. 그 이상 뭔가를 바라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병호도 엄청 잘하고 싶어한다"라고 했다.
결국 마인드 컨트롤의 영역이다. 박병호가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숙제다. 이 감독은 "즐기는 게 쉽지 않은데, 야구를 재미 있게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KT와 박병호는 4월의 마지막 날 홈런 포함 3안타가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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