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료와 선, 후배 역할이 중요하다."
키움은 2021시즌과 올 시즌 서건창(LG), 박병호(KT), 박동원(KIA)을 잇따라 트레이드 혹은 FA 계약으로 내보냈다. 이제 조상우(사회복무요원), 한현희 정도를 제외하면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멤버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멤버도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한현희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고, 2023시즌이 끝나면 베테랑 이지영도 다시 FA가 된다. 간판스타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
트레이드가 잦고, 대형 FA는 거의 붙잡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금전 이득을 최대한 챙기고, 그 동력으로 신인과 저연차들을 확실하게 육성한다. 흥미로운 건 주축 멤버들은 빠르게 물갈이 되는데 히어로즈 특유의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동력은 남아있다는 점이다.
덕아웃 문화가 확실히 개방적이다. 어느 팀이든 덕아웃 분위기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키움은 좀 다르다. 분위기가 좋은 걸 넘어 젊은 선수가 많다 보니 누구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야구를 한다. 그리고 더 많이 소통하고 공유한다.
6년차가 된 이정후는 특급신인 박찬혁을 살뜰하게 보살핀다. 박찬혁이 자신의 정면으로 향한 타구에 '만세'를 부르자 이정후가 다가가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장면, 최고참 이용규가 후배들을 배려해 애써 방망이를 부러뜨리지 않고 참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키움은 매년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도 버티고 또 버텨낸다. 이 팀의 창단멤버로서 오랫동안 수비코치를 역임해온 홍원기 감독도 인정한다. "좋은 선수로의 성장은 본인의 노력, 코치들의 도움도 크지만, 선후배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특급루키 박찬혁에게 자상한 '선배미'를 뽐낼 수 있는 건, 6년 전 자신도 박병호, 서건창 등 선배들에게 꿀팁도 전수 받고, 격려도 받으며, 때로는 터 놓고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호작용이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됐고, 그런 선수가 모여 키움의 저력을 만들었다.
홍 감독은 "김하성이 성장할 때 박병호와 서건창이 있었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김하성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선배들의 조언들이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도 이정후가 박찬혁에게 장, 단점을 계속 얘기해주고 용기도 북돋아준다. 그런 과정이 선수가 성장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된다"라고 했다.
박찬혁이 4월에 센세이션했다. 기본적으로 재능과 기질이 남다르다. 본인도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키움이라서 좀 더 탄력을 받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신인 야수가 프로 1군에 데뷔하자마자 1달씩 버티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홍 감독은 박찬혁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박찬혁과 몇 마디 얘기를 해보니 싹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홍 감독은 "타율을 보는 게 아니다. 잘 맞은 타구, 타석에서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본다. 고교와 프로 경기는 차원이 다르다. 힘든데 재미있다고 하더라. 팀에 활력소가 된다"라고 했다.
어쩌면 박찬혁이 키움에 입단한 게 박찬혁에겐 행운일지도 모른다. 키움은 선수 물갈이를 빠르게 하지만, 덕아웃 전통은 물갈이되지 않는다. 언제나 중위권 이상의 저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박찬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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