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엎치락뒤치락, 오랜만에 보는 명승부였다. 그런데 경기력보다 더 빛났던 건 양 팀 선수들의 동업자 정신이었다.
잠실야구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양 팀 선수들이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3회말 2사 2루 LG 김현수가 두산 최승용의 144km 빠른공에 팔꿈치를 맞았다. 다행히 팔꿈치 보호대에 맞으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부위였다. 공에 맞는 순간 두산 박세혁 포수도 깜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김현수를 안으며 걱정했다. 고통을 참으며 1루로 걸어나간 김현수는 모자를 벗고 사과한 최승용을 보며 괜찮다며 미소 지었다.
6회초에서는 두산 2루주자 박세혁이 김재호의 우전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다 태그를 시도하던 LG 유강남 포수의 글러브에 얼굴을 가격 당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얼굴을 맞은 박세혁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닝은 종료되었지만 유강남은 쓰러진 박세혁 옆에서 걱정하며 상황을 지켜봤고 박세혁의 상태를 챙겼다.
7회초 1사 2루 페르난데스의 타석에서도 동업자 정신은 빛났다. LG 진해수가 2구째 빠른공에 두산 페르난데스가 힘차게 배트를 돌렸지만 헛스윙이 되며 유강남의 포수 마스크를 강타했다. 포수 마스크는 크게 튕겨져 나갔고 유강남은 뺨을 만지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스윙이 끝나자마자 둔탁한 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돌아 유강남에게 사과했다.
LG 더그아웃에서는 의료진과 조인성 배터리 코치가 달려 나와 유강남의 상태를 점검했다. 깜짝 놀란건 두산 더그아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그아웃에 뒤쪽에 있던 김태형 감독이 앞으로 나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고 옆에 있던 김재환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한동안 얼얼한 표정을 짓던 유강남이 괜찮다는 사인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아찔했던 상황은 마무리됐다.
한편 두산 베어스는 이날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강승호의 활약으로 5-4 역전승을 거뒀다.
출발은 LG가 좋았다. 1회말 홍창기가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성공했다. 그리고 박해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찬스 때 김현수가 2루 땅볼을 치면서 홍창기가 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두산도 리드를 계속해서 내주지 않았다. 3회초 1사 후 안권수의 2루타가 나왔고 페르난데스가 동점 적시타가 쳐냈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 허경민의 적티사타 나오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4회말 LG가 다시 앞서가는 점수를 만들어냈다. 문성주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손호영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강남의 2루타까지 터지며 3-2 역전에 성공했다. LG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홍창기가 1타점 적시타를 더하며 1점을 더 도망갔다.
하지만 두산에게는 약속의 8회가 있었다. 박세혁의 볼넷과 정수빈의 안타가 나왔다. 1사 2,3루에서 강승호가 이정용을 상대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동업자 정신과 치열했던 명승부, 그리고 친정팀을 상대로 결승타를 기록한 이야기까지 볼거리 가득한 경기였다. 이날 잠실야구장을 찾은 19035명의 야구팬들은 야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치열했던 명승부와 아름다웠던 동업자 정신이 빛났던 잠실 라이벌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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