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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화연의 사연(事緣).
사람에 따라서는 화연이 가수로 걸어온 길이 고단했겠다 느낄 수 있다. 가련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화연이 가수로 살아온 길이 꽤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화연은 걸그룹 1PS로 데뷔했는데, 오래 활동하지 못하고 팀은 해체됐다. 절치부심해 새 걸그룹 샤플라로 재데뷔했으나, 팀은 또 해체됐다. 두 번의 해체가 남긴 상심이 어땠을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두 그룹의 활동 기간도 워낙 짧았다.
다만, 역경에 휩싸이는 동안에도 '화연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며 '경이롭다'고 느낀 건, 지난 길을 반추하는 화연의 눈에서 그 '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팀이 해체됐을 때, 준비한 걸 미처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서 힘들었어요. 샤플라 활동이 끝난 뒤엔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고요. 근데, 이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이유를 묻자 "무대에 서는 게 너무 행복해서요"라고 했다. 트로트로 장르를 전향하는 것도, 세 번째 데뷔를 한다는 것도 쉽사리 내딛기 어려운 갈림길이었을 텐데, 내면의 빛은 화연이 주저하지 않도록 부추겼다.
"솔로로 음악방송 첫 무대를 올라가기 전에는 관객 분들이 바로 앞에 계시니까 너무 떨렸어요. 근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까 관객 분들 사이에서 절 응원해주시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소리가 느껴지면서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카메라를 보면서 노래해야 하는데, 전 관객 분들의 그 눈빛을 보고 노래하고 싶더라고요."
아마도 노래하는 화연의 눈빛과 같았을 것이다. 무대의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 쉴 새 없이 음악방송 활동에 나서고 있는데, 지친 기색은커녕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순간 화연의 눈빛은 마치 열렬한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빛난다.
"제가 부르는 '꽃핀다'는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의 설렘을 전한 노래예요. 근데 그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마음과 첫 솔로로 무대를 시작하기까지 저의 마음이 공존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가장 떨리고, 무대가 시작되면 그 떨림이 좋아요. 진짜 행복한 느낌이거든요."
자명했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은 우매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가수 '그 자체'가 화연의 궁극적 이상(理想)인 까닭이었다.
"어릴 때는 조급하고 조마조마했어요. 지금 무언가 이루지 못하면 끝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시절을 즐기지 못했어요. 근데 잘되지 않더라도 또 도전할 수 있는 시기잖아요. 그걸 몰랐어요. 그러니까 저랑 다르게 충분히 즐기면서 무엇이든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제 시작이니까요."
언니 손을 잡고 길을 걷다, 덜컥 춤 경연대회에 나가던 아이가 국악을 전공하는 소녀로 자라, 가수가 되겠다며 상경하여 두 번의 좌절을 겪었으나, 꺾이지도 않고 '화연'이란 이름으로 비로소 피어났다.
걸그룹 시절부터 화연을 응원했던 오랜 팬은 '언니는 꼭 성공할 사람'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일을 찾아, 가장 사랑하는 무대에 서있으니, 화연은 이미 성공한 사람일지 모른다. 화연은 이제 시작이다.
[사진 = 포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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