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노래하는 게 좋았어요."
신예 백예슬의 신곡 '그냥 편한 사이라도'는 제목을 읽는 순간 눈치챌 수 있듯, 미련 가득한 노래다. 곡 소개말에 따르면 "이별 후 찾아온 그리움에 '편한 사이라도 지내자고 말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담긴 곡"이라고 한다. 근데 정작 노래한 백예슬은 쿨하고 솔직했다. "좀 찌질하죠? 저도 그런 경험 있냐고요? 없진 않아요, 하하."
이별 노래야 사랑만큼 흔하겠으나, 백예슬의 '그냥 편한 사이라도'를 특별하게 만든 건 백예슬의 노래솜씨 덕분이다.
백예슬이 노래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마치 얼굴의 모든 근육을 써서 노래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절정의 고음에 다다르기까지, 그 목소리는 편안했고 흔들릴 줄 몰랐다. 어릴 적 성악을 배우며 자랐다는데, 그 학습이 백예슬의 창법을 더 높은 단계로 확장시킨 느낌이었다.
"대중 분들이 들으셨을 때, 쥐어짜는 느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다른 노래를 들었을 때 시원하고 거부감 없는 노래가 좋거든요."
특히나 소위 '허스키한' 목소리는 노래가 끝난 뒤에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별 노래에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목소리에 '한(恨)'이 깊었다. 정작 백예슬은 "제 목소리가 허스키한 느낌인 줄 몰랐다"고 웃어버렸지만 말이다. 다만, 인터뷰하면서 발견한 '한'의 기원은 백예슬이 걸어온 길처럼 느껴졌다.
"대학 합격만 하면 끝인 줄 알았어요. 근데 대학교에 갔더니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대학만 합격해서 되는 게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기획사에 들어갔을 때도 역시 데뷔만 한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성장해야 할 부분이 크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몰래 숨어서 연습도 많이 했어요. 주변에서 연습을 너무 심하게 한다고 말씀하실 정도였거든요. 조급함이 컸나 봐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색이나 감정 표현이 있을 텐데 전 제 노래의 부족한 점만 들렸던 것 같아요."
쉼 없이 노력하고 노래하는 가수였다. 아직은 풋풋하기만 할 나이인 탓에 모든 사랑과 이별의 감성을 헤아리지 못하는 게 당연할 텐데, 백예슬은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녹음실에서 울면서 녹음해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어떤 감정으로 울고 있을지 같이 울어도 봤어요.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무모하다'고 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눈물이 날 때면, 그 감정을 기억하려고 했어요."
보컬리스트란 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또래들처럼 아이돌의 꿈을 가져보기도 했고, 성악을 배우다 뮤지컬 공부로 전향도 해봤으며, 예고에 진학한 뒤엔 각지에서 온 재능 넘치는 학우들과 경쟁하며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 놓이기도 했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머금은 꿈이 '보컬'이었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봐주신 분이 계세요. 저한테 '이렇게까지 성장하는 걸 보니까 내가 키우는 거 같고, 뿌듯하다'고 하시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많이 부족했을 텐데도 예쁘게 봐주시고 응원해 주시니까요."
정말 부족한 걸까. 적어도 백예슬의 노래를 들은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았다.
'아직'이라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백예슬의 '그냥 편한 사이라도'를 듣는 동안 내게는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고음과 애달프고 애처로운 감성 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래 연습 일기장을 매일 쓴다"는 백예슬은 "오늘 연습했던 것, 또 호흡을 어떻게 했는지 적어두면, 다음날 기억 나지 않을 때 도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하루쯤 일기장이 노래가 아닌 순간들로 채워져도 백예슬이 걸어갈 가수의 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노래하는 게 좋았어요. 저도 모르게 TV 앞에서 가수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거든요. 얼마 전에는 제 노래로 첫 행사 무대에 올랐는데,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대학 축제였는데 '아무도 나를 모르면 어떡하지' 하고요. 근데 관객 분들이 제 노래를 알아주시고 호응도 해주시더라고요. 감사했어요. 제 자존감을 지켜주시는 것처럼 응원해주시니 너무 감사했어요."
신예 백예슬. 완성된 가수에겐 '신예'란 말을 붙이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사진 = 제이윈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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