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얻어터져보니…실패해봐야 압니다.”
SSG 우완 이태양은 어느덧 1군 10년차 투수가 됐다. 2010년 한화로부터 5라운드 36순위로 지명받고 2020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SSG로 이적하기 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쓴맛과 단맛을 고루 느꼈다.
한화에서 기회를 많이 받았지만, 시즌 10승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2년 연속 10홀드 이상 따낸 게 그나마 볼만한 수확이었다. 작년에는 2014년 이후 7년만에 10패를 떠안으며 야구의 어려움을 또 한번 느꼈다.
이태양은 지난해 40경기서 5승10패4홀드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아서 추격조에서 필승조가 됐고, 급기야 ‘선발 쓰나미’ 사태 이후 선발 보직을 꿰찼다. 5~6이닝을 꾸준히 먹으면서 김원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냉정하게 볼 때 절대적 수준에서 안정감 있는 선발투수는 아니었다.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103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25개의 홈런을 맞았다. 140km대 초반의 패스트볼과 주무기 포크볼이 있다. 그러나 잘 던지다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자고 일어날 때마다 그 생각이 났다. 이태양은 “공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자고 일어나니 홈런 맞은 게 더 아쉬웠다”라고 했다. 점수를 최대한 어렵게 내주자는 생각, 커맨드에 최대한 신경 써서 던지자는 다짐을 안고 비장하게 2022시즌을 맞이했다.
예비 FA 시즌에 기대이상의 맹활약이다. 18경기서 6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2.57. 3일 인천 KIA전 7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사사구 1실점 포함 최근 3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퀄리티스타트. 2014년 6월13일부터 27일 이후 8년만에 맛본 쾌거다.
주무기 포크볼의 품질이 향상됐다. 좌타자와 우타자 모두 몸쪽과 바깥쪽으로 컨트롤 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경험의 힘을 얘기했다. 이태양은 “계속 던지니까 감이 오더라. 누가 말해줘서 되는 게 아니다. 이젠 안 칠 것 같으면 ‘스윽’ 던지고, 칠 것 같으면 세게 던진다. 10년간 얻어텨져보니 느꼈다. 실패해봐야 안다”라고 했다.
이태양의 말대로 한화 시절 포함 지난 10년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많이 얻어터졌다. 얻어터져도 일어나 싸우는 법을 스스로 익히며 SSG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가 됐다. 시즌 평균자책점 2.57은 리그 8위.
심지어 국내투수로 한정하면 김광현(SSG, 1.37), 안우진(키움, 2,17)에 이어 3위다. 양현종(KIA, 2,72)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어지간한 토종 선발들보다 앞선다. WHIP도 1.18로 리그 9위. 피홈런도 9개로 작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예비 FA 투수 최대어다. 다가올 2022-2023 FA 시장에서 대어급 투수가 많지 않다. 선발투수는 한현희(키움, 11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4.78), 정찬헌(키움, 12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4.40), 임찬규(LG, 11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5.32) 등이 있다. 올 시즌 성적만 보면 이태양이 압도적이다.
물론 FA의 미래가치 설정은 한 시즌의 퍼포먼스만로 한정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올 겨울 이태양이 FA 투수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태양은 “승리투수, 패전투수, FA 모두 팔자다. 나도 올 시즌 후 내 운이 궁금하다. 난 특출난 선수가 아니다. 꾸준히 1군에서 서비스타임을 채운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태양.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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