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토이스토리’ 시리즈는 4편을 경계로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섰다. ‘토이스토리3’까지는 보수적 세계관에 갇혔다. 우디와 버즈 등 장난감 친구들은 주인 앤디를 위해 충성하는 캐릭터에 불과했다. 이들은 새로운 공간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탈출을 꿈꾸는 장난감들은 빌런으로 그려졌다. 장난감은 주인을 위해 복속해야한다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토이스토리3’(2010) 이후 9년만에 나온 ‘토이스토리4’(2019)는 전편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보 핍은 우디와 함께 노마드(유목민)의 길을 떠난다. 오직 주인 앤디만을 위해 살아왔던 우디는 인생에 탈주의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때 떠나는 단짝 친구 우디를 위해 버즈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를 외쳤다.
내가 믿는 신념과 가치관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스스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메시지는 4편에 이어 스핀오프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한번 더 반복된다. 늘 자신감에 넘치는 유능한 우주 비행사 버즈(크리스 에반스)는 동료 승무원들과 함께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풍부한 자원을 가진 행성을 발견하고 우주선의 목적지를 그곳으로 변경한다. 그러나 도착한 행성은 사람을 공격하는 덩굴 식물과 거대한 벌레만이 가득한 폐허의 땅. 버즈는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모두를 행성에 고립시킨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험 비행을 거듭하던 중 그는 이지, 모, 다비 그리고 AI로봇 삭스라는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악당 '저그'와 그의 로봇 군대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각본은 ‘소울’ ‘업’의 피트 닥터 감독이 썼다. 버즈는 ‘소울’의 조 가드너, ‘업’의 칼 프레드릭신을 닮았다. ‘소울’의 조 가드너는 인생의 목적이 중요한 인물이다. 중학교 음악교사에 만족하지 않고 전문 재즈 뮤지션으로 사는 것만이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믿는다. 가드너는 마지막에 그 꿈이 자신의 삶을 옭아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고집을 부리는 점에서 버즈는 ‘업’의 칼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칼은 죽은 아내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파라다이스 폭포에 갔다가 빌런 찰스 먼츠를 만나 고생하던 중 성가시게 여겼던 러셀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돌파한다. 엘리트 의식에 젖어있던 버즈는 이지, 모, 다비 등 동료들을 못미더워하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버즈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작전에 참여했던 수많은 승무원들은 이미 황량한 행성에 뿌리내리고 정착했다. 이곳에 새로운 삶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버즈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션 수행’에 열중한다. 어느 순간, 그는 ‘완고함의 프레임’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토이스토리2’의 엘리베이터 장면과 연결되는) 저그는 곧 (변화를 두려워하는) 그의 미래였다. 한바탕 ‘살부의식’(기성세대의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이념을 수립하는 것)을 치른 끝에 버즈는 자신을 옭아맨 고정관념의 사슬에서 벗어난다.
버즈가 외치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는 낡은 사고방식을 떨쳐내는 결별의 선언이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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