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홍천 이현호 기자] “승격은 무슨, 허허. 우리가 K6를 언제 뛰어보겠어.”
대한축구협회(KFA)가 출범한 동호인 리그에 승강제도가 존재한다. K7에서 K6를 거쳐 K5까지 승격이 가능하다. 반대로 강등 시스템도 있다. 한 시즌간 권역 리그에서 성적을 내고 순위를 산정해 다음 시즌 승격팀 및 강등팀이 결정된다.
다만, 프로 무대인 K리그1과 K리그2 사이에 존재하는 승강제와 비교하면 분위기부터 다르다. K리그1은 강등되지 않으려고 모든 수를 다 쓴다. 강등되는 순간 모기업 및 지자체의 예산이 대폭 줄어들며, 핵심 선수들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K리그2는 그 반대의 이유로 승격에 목숨을 건다.
K5,6,7리그에서 승격 및 강등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경우는 찾기 드물다. 이들은 입을 모아 “승격은 바라지도 않아. 우리가 언제 또 이런 대회 나와보겠어”라며 허허 웃는다. ‘축구를 즐기는 어른들’이 모두 모여 있는 듯하다.
강원도 홍천남면생활체육공원에서 춘천FC와 원주한빛유나이티드의 K6 강원 B리그 3라운드가 열렸다. 경기는 춘천FC의 0-3 패배로 끝났다. 춘천은 평균연령이 약 10살 낮은 원주한빛 상대로 나름 선방했다. 3실점 외에도 상대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패배에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데 유상일 선수 겸 감독은 밟게 웃었다. 유 감독은 이날 패배 직후 “작년에 K7 춘천리그에서 준우승을 해서 올해 K6 강원리그에 참가했다. 하지만 작년 우승 멤버들이 K6리그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며 빠졌다. 이들이 대부분 30대 젊은 친구들”이라고 들려줬다.
승격 핵심 멤버들이 빠지자 춘천FC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K6리그에 출전한 것이다. 유 감독은 “우리팀에서 고참들이 추억 삼아 나가자고 의견을 모아서 K6에 참가했다. 언제 또 K6에 나오겠나. 곧 있으면 다들 50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승격해서 K5 우승까지 하면 전국대회에 나가는데, 솔직히 거기까지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춘천FC는 K6리그 외에도 다양한 리그에 출전한다. 춘천 시내 대회만 해도 여러 개다. 여기에 강원 도내 대회까지 출전하기에 “주말마다 대회 다니느라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유 감독 곁에 있던 손태훈 씨는 이날 홍천에서 K6 경기를 마치고 바로 춘천으로 넘어가 춘천 축구협회장배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바쁘다 바빠”를 반복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일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주말에 강원도 각 지역을 누비며 축구와 물아일체가 됐다. K6리그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무대이자 추억거리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