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볼넷은 해결이 안 되는 숙제인가.
수도권 구단의 한 투수코치는 일전에 “나는 투수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넣어라’, ‘볼넷 주지 마라’ 그런 말 안 한다. 평생 들었을 텐데,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아예 초구 볼 넣고 볼넷 주라고 그런다”라고 했다.
투수라면 지겹도록 들었던 말들. 가장 잘 하고 싶은 주체는 당연히 투수 본인이다. 인생이 그렇듯, 야구도 마음대로 안 된다. 어떤 투수에겐 구속 향상, 또 어떤 투수에겐 제구와 커맨드가 필생의 과제다. 팬들은 그들의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지켜볼 뿐이다.
KIA 우완 파이어볼러 한승혁도 늘 제구 기복이 고민이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1년 1라운드 8순위로 입단한 뒤 구속은 일찌감치 검증이 끝났다. 1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다름 아닌 한승혁이 가장 괴로울 것이다.
알고 보면 올 시즌 성적은 입단 후 최고다. 19경기서 4승2패 평균자책점 4.74. 후반기 시작과 함께 구원으로 돌아섰지만, 2018년의 7승을 넘어설 수도 있다. 평균자책점은 지금보다 0.01만 떨어져도 커리어하이다.
4월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한 뒤 또 흔들렸다. 그러나 후반기에 접어든 뒤 5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2.70. 14경기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한 전반기보다 확연히 좋다. 피안타율도 전반기 0.303서 후반기 0.240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한승혁이 마운드에 오르면 KIA 사람들과 팬들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된다. 후반기 6⅔이닝 동안 6피안타에 볼넷 8개를 내줬다. 심지어 8월 3경기 평균자책점은 제로. 그러나 3⅔이닝 동안 피안타 3개에 볼넷 5개다.
연장 10회말 최형우의 끝내기안타로 이긴 7일 광주 두산전서 구원승을 따냈다. 그러나 4-1로 앞선 9회초 1사 만루서 올라오자마자 김재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강승호의 유격수 땅볼 때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보내주면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나마 10회를 잘 막아내면서 구원승을 따냈다. 이때도 볼넷 1개가 있었다.
5일 광주 두산전서도 6회 1사 2루 위기를 잘 넘겼으나 7회 볼넷 1개 등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조성하고 내려가는 등 투구내용은 계속 아슬아슬하다. 그에 앞선 3일 대전 한화전서는 3-3 동점이던 8회에 안타와 볼넷 2개로 1사 만루 위기를 만들어 놓고 최재훈을 병살타로 처리, 이닝을 정리했다.
KIA 불펜은 필승계투조 장현식과 전상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나란히 빠졌다. 마무리 정해영조차 최근 피출루가 적지 않다. 불펜으로 돌아선 한승혁이 박준표, 이준영과 함께 힘을 내야 하지만, 아무래도 안정감은 떨어진다.
KIA는 장현식과 전상현이 돌아올 때까지 한승혁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한승혁 본인이 가장 안타까울 것이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을 것이다. 출구는 없다. KIA도 한승혁도 지금이 시즌 최대 승부처다.
[한승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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