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외국인투수에게 당하는 경우도 있어.”
키움 간판스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본인이 2월1일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기자의 질문에 논리 정연하게 설명했다. 실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관계자들이 국내에서 이정후의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한다. 진출 시기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절차를 밟을 수 있는 2023시즌 이후가 유력하다.
이정후와 계약하는 구단, 계약규모 이상으로 궁금한 게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다. 추신수(SSG)가 2월 초 기자회견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장담했다. 그러나 사실 미래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돌아볼 때 동양인 타자의 성공확률은 투수보다 떨어진다. 일본프로야구 최고타자였던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도 올해 크게 고전 중이다. 이정후의 절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작년보다 좋아졌지만, 메이저리그의 절대적인 기준에선 강타자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메이저리그 외야수들 중에선 장타력과 클러치능력이 좋은 타자가 즐비하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정후가 특유의 장점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봤다. 키움 강병식 타격코치도 마찬가지 논리를 폈다.
조금 다른 시선도 있다. 지난 23일 야구의 날 기념행사를 위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한 김인식 전 두산, 한화, 국가대표팀 감독은 신중했다. 김 전 감독은 “(이정후가)잘하는 건 틀림없다. 여기선 잘 하지만, 완벽한 것 같아도 한 단계 높은 투수들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는 100마일 안팎의 매우 빠른 공을 구사하는 투수가 즐비하다. 국내에도 155km 내외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완성도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차이가 있다. 올 시즌 이정후의 동료 안우진이 특급투수로 성장한 건 160km를 찍은 것보다 변화구 완성도와 완급조절, 경기운영능력의 향상 덕분이다.
김 전 감독은 “우리나라 타자들이 국내투수들을 상대로는 잘 쳐도 외국인투수에겐 또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정후도 외국인투수들에게 잘 치는 것 같아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여튼 한 단계 위의 투수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실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 KBO리그 투수들에게 쉽게 볼 수 없는 매우 빠른 볼 투수의 공략 여부라는 시선이 많다. 참고로 이정후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안우진의 160km 공을 칠 수 있겠냐는 물음에 “무조건 치죠”라고 했다.
올 시즌 이정후는 150km 이상의 빠른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윌머 폰트(SSG)에게 9타수 3안타 2홈런 2타점 1볼넷으로 강하다. 폰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로버트 스탁(두산)과는 한 번도 맞붙지 않았다.
단, 올 시즌 완성도 측면에서 최고 외국인투수라고 평가받는 드류 루친스키(NC)에겐 10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약했다. 투구 폼이 까다로운 찰리 반즈(롯데)에게도 12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장수 외국인투수 메릴 켈리(LG)에겐 1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으로 강했지만, 표본이 적다. 켈리의 동료 아담 플럿코에겐 8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삼성 원투펀치 데이비드 뷰캐넌(8타수 3안타 1볼넷), 알버트 수아레즈(6타수 2안타 1볼넷)에겐 비교적 강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만날 투수들은 이들보다도 레벨이 높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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