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수원에서도 한 번 던졌던 것 같다.”
키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근래 2~3차례였다. 비교적 시원한 서울 고척스카이돔 뿐 아니라, 수원 KT위즈파크의 뙤약볕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야구는 겉으로 보기엔 1~2명의 극적인 활약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더 많은 사람의 땀이 모여 승리로 가는 거대한 물줄기를 만든다.
키움은 23~24일 고척 KIA전서 토마스 파노니와 양현종을 잇따라 만났다. 23일 경기 전 이용규가 파노니를 대비, 후배 타자들에게 직접 배팅볼을 수십분간 던졌다. 좌투좌타 이용규는 왼손투수를 대비하는 배팅볼투수로 적합했다.
당연히 이용규의 자청이었을 것이다. 누가 37세 베테랑, 팀 내 최고참이자 주장에게 배팅볼투수를 하라고 시킬까. 대부분 구단에 전문 배팅볼투수가 있다. 굳이 선수가 나설 필요가 없다. 그러나 종종 선수나 코칭스태프, 감독도 배팅볼투수로 나설 때가 있다.
키움은 시즌 내내 저조한 타격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고 투수들이 ‘멘붕’에 빠졌다. 이럴 때 타자들이 좀 더 힘을 내서 투수들을 도와줘야 팀에 좋은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정후와 야시엘 푸이그, 김혜성, 이용규, 이지영 정도를 제외하면 2시즌 이상 풀타임을 경험한 타자가 전무하다.
이용규는 어떻게든 가라앉은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했을 것이다. 주장으로서 팀의 급추락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할 것이다. 단돈 1억원에 ‘가성비 갑’으로 명성을 떨친 2021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타격이 영 안 풀린다. 66경기서 타율 0.198 14타점 28득점 9도루. 새까만 후배들과 돌아가며 좌익수를 맡는 실정이다.
어차피 좌타자 이용규가 좌투수 상대로 선발 출전하기 쉽지 않으니, 배팅볼투수를 해서 후배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24일에는 파노니에게 꽁꽁 묶였고, 배팅볼투수로 나서지 않은 25일에는 후배들이 양현종을 잘 공략했다.
그렇다면 ‘배팅볼투수’ 이용규 효과는 정말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홍원기 감독은 “이용규의 의욕이 대단하다. 팀을 위한 마음이 간절하다. 타격에서 원하는 결과와 밸런스가 나오지 않으니 답답할 것이다”라고 했다.
24일 경기서 끝내기안타를 날린 전병우는 “최근 선수들끼리 매 경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자고 얘기하며 경기에 나섰다. 최근 점수가 잘 나지 않았는데 초반에 점수가 나며 분위기 좋게 이겼다”라고 했다.
최고참의 솔선수범에 키움 모든 선수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석하면 어폐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용규의 무언의 메시지가 타자들을 환기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키움은 후반기 들어 급추락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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