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로진백을 던진 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당연히 그가 잘못해서 2군에 간 게 아니다. 오히려 더욱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고 봐야 한다.
키움은 25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송신영 투수코치를 1군에서 말소하고 노병오 2군 투수코치를 1군에 등록했다. 분위기 전환 차원이다. 공교롭게도 송신영 코치는 24일 고척 KIA전 ‘로진백 사건’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KIA의 5회초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선두타자 류지혁이 타석에 들어왔다. 그런데 송 코치가 갑자기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내야 파울/페어 경계선을 넘었다. 흔히 해석하는 ‘마운드 방문’. 마운드의 둥근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야 마운드를 방문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송 코치는 마운드의 둥근 경계선까지 들어가지 않고 하영민에게 로진백을 던지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KIA 김종국 감독이 심판진에게 질의했다. 투수교체와 관계없는 마운드 방문으로 카운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경기중 2회만 가능, 한 이닝 두 번째 방문은 교체)
결국 해당 심판조장 최수원 심판이 공수교대 상황이며, 특별한 작전지시가 없었다고 간주해 마운드 방문을 카운트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투수 개개인이 로진백을 들고 다닌다. 예전처럼 양 팀 모든 투수가 마운드에 있는 로진백을 함께 쓰지 않는다. 로진백을 주기 위해 마운드에 방문하는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은 없다.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결과적으로 송 코치가 의심을 살 만한 행위를 한 건 맞다. 그리고 심판진의 자의적 해석이 크게 작용했다. 김종국 감독이 충분히 어필할 만했다. 다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로진백을 깜빡하고 갖고 올라가지 않은 하영민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키움 마운드는 전반기와 후반기가 180도 다르다. 후반기에 불펜 붕괴를 시작으로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부상자가 쏟아졌다. 그러나 송 코치의 관리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애버리지가 없는 투수들을 잘 관리해 전반기 돌풍을 도운 ‘숨은 주역’이다.
송 코치는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이다. 투수들을 냉정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왔다. 에이스 안우진이 포크볼에 관심 있어 하자 구체적으로 알려줬고, 한 차례 실전 사용 후 ‘봉인’을 결정한 것도 송 코치였다. 안우진의 건강과 미래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송 코치는 과거 안우진이 2군에 있을 때도 ‘멘탈 관리’ 등 안우진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해낸 지도자다.
전반기에 잘 나가던 문성현과 마무리 김재웅도 송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특히 문성현의 경우 과거 목동구장 시절 선발투수로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부터 ‘최고참’ 송 코치와 함께 했던 바 있다.
송 코치는 “투수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넣어라’, ‘볼넷 주지 마라’ 그런 소리 안 한다. 오히려 ‘초구 볼 던지고 볼넷 줘라’고 한다. 투수들이 더 잘 알고 있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제 2군에서 원석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젊은 선수가 많은 구단 특성상 오히려 더 막중한 미션을 부여 받은 셈이다.
[키움 송신영 투수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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