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핑계일 수는 있는데…”
전반기를 마쳤을 때, 키움은 54승32패1무, 승률 0.628로 2위였다. 선두 SSG와의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4.5경기 차로 벌어졌을 뿐, 전반기 막판 2경기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실제 SSG내부에선 키움과의 전반기 마지막 두 경기를 치르며 “포스트시즌 같다”라고 했다.
그랬던 키움이 후반기에 수직 낙하했다. 8월 들어 5연패와 6연패를 한 차례씩 기록했다. 24일 고척 KIA전부터 26일 창원 NC전까지 3연승 기쁨도 잠시, 27~28일 잠실 LG전을 잇따라 내주면서 가라앉았다. 심지어 연이틀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이제 64승51패2무다. 후반기 10승19패1무, 8월에는 7승15패다. 2위 LG에 6.5경기, 3위 KT에 0.5경기 뒤졌다. 그나마 5위 KIA에 6.5경기 앞서간다. 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에 나가도 큰 희망을 갖기 어렵다.
수 차례 언급한대로 키움의 추락 원인은 표면적으로 불펜 붕괴다. 타선은 본래 리그 최약체다. 선발과 불펜, 디펜스로 버텨왔던 팀인데 불펜이 무너지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선발투수들의 부상과 부진까지 겹치며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크게 무너졌다.
키움의 추락을 두고 내, 외부에서 다양한 시각이 있다. 우선 객관적 전력의 한계가 명확한데 전반기 2위가 기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키움)와 조상우(사회복무요원)가 퇴단했다. 시즌 초반에는 박동원(KIA)마저 내줬다.
4번 타자, 마무리투수, 주전포수라는 기둥 뿌리 세 개가 떨어져 나가고도 2위를 지킨 것만으로도 할 만큼 했다고 봐야 한다. 타선과 불펜에 풀타임 경험이 별로 없거나 오랫동안 제 못을 못한 선수들이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애버리지를 찾아가자 팀이 자연스럽게 주저앉았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누구도 키움이 가을야구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았다. 물론 전통적으로 뉴 페이스를 잘 만들며 예상 이상의 선전을 펼치긴 했다. 2017년을 제외하면 꼬박꼬박 포스트시즌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해도 박병호, 조상우의 동반 이탈은 너무 치명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그 여파가 후반기에 제대로 드러난다. 하물며 비 시즌 설로만 떠돌던 KIA의 ‘박동원 바라기’가 현실화됐다. 5월부터 곧바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았으며, 객관적 전력은 한화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홍원기 감독은 후반기 들어 다른 팀들의 전력 보강 영향도 있다고 봤다. 지난 24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핑계일 수 있는데”라면서도 “전반기와 후반기에 상대 팀들의 타선이 다르다. 다들 전력이 보강되고 부상자가 돌아왔다”라고 했다.
실제 선두를 달리는 SSG 김원형 감독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NC의 경우 박민우, 양의지 등 이름값 높은 멤버들이 맹활약하며 후반기 대반격 중이다. LG도 새 외국인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가세했고 문성주, 이재원 등이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KT도 간판타자 강백호가 돌아왔다.
반면 키움은 현실적으로 새롭게 들어올 전력이 없다. 오히려 이승호(옆구리), 최원태(골반), 문성현(팔꿈치) 등 주축투수가 줄줄이 부상으로 빠졌다. 정찬헌과 한현희가 돌아올 전력이지만, 시즌 내내 전략적으로 1~2군을 오가는 투수들이다. 심지어 최근 2군 등판서도 좋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코칭스태프 포함 구성원들이 조급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풀타임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1군을 가득 채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다. 전반기에 안정적으로 수비한 내야수들이 최근 그렇게 어렵지 않은 타구에 실수를 하는 등 수비조차 확실히 매끄럽지 않다. 폭넓고 적극적인 로스터 변경도 결과적으로 효율은 떨어진다.
홍원기 감독은 “연패보다 흐름이 안 좋게 흘러가는 게 문제다. 전반기에는 경험 많지 않은 선수들의 패기로 잘 버텼는데 후반기에는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어린 선수들이 위축되고 자신감도 떨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
[키움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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