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재능' 만으로는 성공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끝없는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한계는 끝도 없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후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13차전 홈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2타수 2안타 2타점과 함께 유의미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선 것은 4-1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 찬스. 이정후는 롯데 '루키' 이민석을 상대로 볼카운트 3B-1S의 유리한 상황에서 150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냈다. 이 타구로 이정후는 KBO리그 역대 4번째 6년 연속 150안타의 금자탑을 쌓았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이정후는 6회초 홈을 파고들던 한동희를 강한 어깨로 지어냈고, 7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안타를 터뜨렸다. 이정후의 활약 속에 키움은 6-5로 롯데를 제압하며, 2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이날 이정후는 이례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의 '에이스' 찰리 반즈에게 12타수 1안타 타율 0.083으로 매우 약했기 때문.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이정후도 이를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대타로 출전할 때는 루틴이 없어서 2회부터 계속 타격 연습을 했다. 찬스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선발로 출전하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팀이 이기기 위한 감독님, 코칭스태프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나간다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비록 선발 출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반즈에게 유독 약했던 만큼 전날(29일) 밤부터 영상을 보며 나름대로 전력 분석까지 했던 이정후다. 타고난 재능에 기대지 않고, 끝없는 노력과 철저한 전력분석이 KBO리그 최고의 타자 이정후로 만들었다.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감이자,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반즈는 예전의 브룩스 레일리(탬파베이 레이스)처럼 아예 대처가 안 됐던 선수가 아니다. 잘 맞은 타구도 잡히고 수비 시프트에 걸렸던 것도 있었다. 혹시 반즈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전날 밤부터 영상을 보고 했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팀의 결정이고, 경기에 나갔을 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서 6년 연속 150안타는 박용택(2012~2018년, 7년 연속), 최형우(2013~2018년, 6년 연속), 손아섭(2016~2021년, 6년 연속) 밖에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이 '위업'을 이정후는 역사상 최연소로 만들어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할 날이 더 많이 남은 이정후는 역대 최다 기록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이정후는 "다치지 않고, 꾸준히 출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그리고 우리 구단(키움)이 아니었다면, 이 기록을 세우지 못했을 것 같다. 20살에 프로에 들어온 아마추어 선수에게 기회를 계속 주고, 국가대표도 하고 많은 사랑도 받을 수 있게 키워주신 코칭스태프, 감독님들, 다른 팀에 가거나 은퇴하신 선배님들 밑에서 배웠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116경기에서 151안타 19홈런 87타점 타율 0.336 OPS 0.961로 활약 중이다. 타율(0.336)과 안타(151개), 출루율(0.409), 장타율 (0.552) 부문에서 각각 리그 2위, 타점(87점)은 공동 3위를 달리는 중이다. 아직 시즌이 남은 만큼 타격 지표에서 타이틀을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
이정후는 '타이틀'에 대한 질문에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상위권에 있는 것에서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작년에도 타격왕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되든 안 되든 끝까지 열심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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