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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권은비의 목소리는 작렬(炸裂)한다.
권은비가 솔로 데뷔해서 14개월 동안 노래를 세 개 냈는데, '도어(Door)', '글리치(Glitch)', '언더워터(Underwater)'다. '도어'는 앨범명도 '오픈(OPEN)'일 정도로 솔로 활동의 '문을 엽니다'란 의도가 다분했다. 가지고 나온 곡도 귀에 익숙한 스윙 느낌이었다.
그러다 8개월 뒤 낸 '글리치'는 놀라웠다. 이때부터 권은비는 본격적인 '색깔'을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권은비 스스로도 "도전이었다"고 되짚은 '글리치'는 보깅 안무로 표현된 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인트로 '더 컬러즈 오브 라이트(The Colors of Light)'부터 같이 들었을 때 그 색깔이 선명하게 읽힌다.
클래식한 현악 연주가 노이즈로 돌변하며 현대적인 감각의 '글리치'로 이어지는데, 마치 정통적인 방식의 '도어'로 데뷔했다가 '글리치'로 색을 급변한 권은비의 모습과 닮은 전개였다. '글리치'가 속한 앨범명이 '컬러(Color)'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직관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덕분에 신곡 '언더워터'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권은비의 다음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권은비가 꺼낸 '언더워터'는 명료하고 확고했다. 반복되는 리듬이 소위 '중독성'을 높이는 한편, 도리어 그 간결함 안에서 권은비의 목소리가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후렴구의 '홀려가듯 내 목소린 널 휩쓸어', '원한대로 가질 테니 내게 맡겨'에서 '홀려가듯'으로 순식간에 뻗어나간 권은비의 목소리는 '널 휩쓸어'에서 단숨에 거둬들여지며, '원한대로'에서 재차 화들짝 피었다가 '내게 맡겨'에서 서둘러 움츠러든다.
고음까지 극렬하게 터졌다가도 일순간에 꺾어지는 목소리가 권은비의 장점인데, 아이즈원 시절에도 노래의 격정적인 감정을 이끈 목소리이기도 했다. 권은비의 그 작렬하는 목소리가 이번 '언더워터'에 가득 채워진 것이다.
혹자는 음원차트나 음악방송 성적만으로 아이즈원 때와 비교하며 권은비의 솔로 활동에 초조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각 멤버들의 팬덤이 뭉친 그룹 성적과 단순 비교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여성 솔로 가수가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이처럼 본연의 색깔을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도 권은비는 높은 평가 받아야 한다.
이번 신보 쇼케이스에서 권은비는 아이즈원 때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큰지 묻자 "부담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아이즈원 때에는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솔로)앨범을 낼 때마다 부담감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부담감에 연연하지 않고 제 속도로 천천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오거나 좋게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꿈꾸면서 앨범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롤모델 보아처럼 "오래오래 음악하고 싶다"고도 했다.
권은비의 다음은 또 무엇인가. "가늠조차 안 될 테니 받아들여"란 '언더워터' 가사처럼, 심해에서 솟구친 권은비의 목소리가 앞으로 얼마나 뜨겁게 작열(灼熱)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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