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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카카오톡 사태의 심각성을 참모진에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지난 17일 오후 5시 58분. 퇴근 시간을 2분가량 앞두고 ‘카카오톡 사태’에 대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예고없던 서면브리핑이 발표되자 카카오 관계자들이 잔뜩 긴장했다.
김 수석이 “책임 방기”“독과점의 폐해”라는 강경한 단어를 사용하며 카카오를 질타하는 입장을 내놓자 그 배경을 알아보려 여권 안팎에 문의가 이어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 수석의 브리핑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문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김 수석의 깜짝 브리핑은 대통령실의 참모들조차 놀랄 만큼 강도가 셌다. 이 매체는 김 수석의 브리핑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우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카카오의 대응에 “더디다”“안일하다”“위기의식이 부족하다”며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17일 도어스테핑(약식문답)부터 윤 대통령이 카카오톡을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다”고 강조했고, 이후 참모들 회의에서도 국가 재난에 준하는 문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카카오의 대응엔 시급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수석의 브리핑은 대통령실과 카카오가 느끼는 위기의식의 온도 차를 좁혀보려는 시도 아니겠냐”고 했다.
김 수석이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데이터 통신 인프라가 사흘째 완전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며 “독과점 플랫폼 기업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힌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팔을 비틀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수석의 브리핑엔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인 ‘자유’를 두고 벌어진 논란에 대한 해명의 성격도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카카오톡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힌 뒤 대통령실에는 “윤 대통령이 주창한 자유와 배치되는 규제 정책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 방침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자율과 창의의 힘을 존중하나 시장질서가 왜곡되고 폐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책임방기에는 선을 긋는다. 이는 자율규제의 원칙과 철학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밝혔듯, 독점이란 해악을 개선해야, 진정한 자유시장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플랫폼 자율규제라는 것도 결국 독과점의 폐해가 개선된 뒤에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과점이 초래한 경쟁의 저해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 가치에 오히려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톡 사태 뒤 대통령실 메시지의 ‘안보 쏠림’에 대한 균형 잡기도 김 수석의 브리핑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어제 오후 대통령실의 이재명 부대변인은 “카카오톡 장애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실에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그 뒤 카카오톡 사태의 중심추가 '안보'영역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민생 역시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내부의 판단이었다.
실제 김 수석의 1100여자 브리핑 중 안보와 관련한 내용은 300여자에 불과했다. 대신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원활한 운용과 리스크 대응 태세가 갖춰져야 국민의 정상적인 실생활이 가능해진다”며 “대통령이 카카오를 사실상의 국가기간통신망이라 부른 이유도 국민의 민생이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의 불편함에 주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카카오톡 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8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착공식’에 참석해 지역 교통망 구축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늘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으로 공정한 접근성을 강조했다”며 “동서 고속화 철도를 적기에, 또 안전하게 개통함으로써 도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강원도에 지역구를 두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됐던 권성동·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여당 의원은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라 착공된 철도 주변의 지역구 의원과 지자체장만 초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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