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희가 잘해서 이 위치까지 왔다.”
키움과 KT의 준플레이오프에는 특별한 엔트리 한 장이 포함됐다. 주인공은 키움 이용규와 KT 박경수다. 두 사람은 37세와 38세로 팀 내 최고참이다. 올 시즌 타격성적만 보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든 게 신기하다.
이용규는 86경기서 타율 0.199 21타점 34득점 12도루 OPS 0.547. 키움에 입단한 2021시즌에 133경기서 타율 0.296 1홈런 43타점 88득점 17도루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 작년에는 붙박이 주전 좌익수였지만, 올 시즌에는 새파란 후배들과 번갈아 출전했다.
박경수도 올 시즌 100경기서 타율 0.120 3홈런 10타점 13득점 OPS 0.427. 과거에 비해 스탯이 더욱 하락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16~17일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 잇따라 선발 출전했다. 성적은 박경수 5타수 1안타. 이용규는 2타수 무안타였다.
키움 홍원기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 모두 당연히 그라운드 외에서 벌어지는 효과를 주목했다. 키움 이적생 내야수 김태진은 16일 1차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용규 선배가 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라고 했다.
김태진이 짚은 이용규의 좋은 얘기는 “하던대로 하자. 팀 플레이에 좀더 신경을 쓰자. 큰 경기라고 해서 오버할 필요 없다”라고 등등이다. 결정적으로 따뜻한 격려가 있었다. “너희가 잘해서 이 위치까지 왔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잔소리일 수도, 감동일 수도 있다. 키움은 10개 구단에서 한화 다음으로 평균연령이 낮다. 그러나 주축 멤버들은 꾸준히 포스트시즌을 겪어오며 만만치 않은 내공과 경험을 자랑한다.
개개인의 절대적 기량은 다소 떨어져도 팀을 하나로 모으는 힘은 늘 베테랑의 리더십에서 나오는 법이다. 1할대 타자 이용규는 2차전서 대타로 교체되기 전까지 제 몫을 했다. 물론 타석 밖에선 더욱 빛났다.
그래서인지 키움 젊은 선수들은 늘 활기찬 걸 넘어 자신감이 넘친다. 긍정 마인드가 대단하다. 올 시즌 이적한 김태진은 키움 덕아웃만의 이런 표정이 익숙하지 않다. “이상할 만큼 아무렇지도 않아 한다. 안정감이 있다”라고 했다. 물론 김태진도 서서히 키움화 되고 있다.
이런 팀 분위기가 이기면 좀 더 좋아지고, 지면 좀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단기전은 더더욱 그렇다. 결국 키움은 덕아웃의 끈끈함을 바탕으로 이기는 야구, 디테일한 야구를 추구한다. 그런 점에서 키움의 단기전 승수쌓기에 37세 정신적 지주의 1할대 타율은, 정말 괜찮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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