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숙원을 풀지 못한 LG가 결국 류지현(51)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LG는 4일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정규시즌에서 159승을 거두고 올해는 팀 역대 최다인 87승을 기록하면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업셋을 당하면서 팀을 떠나는 비운을 맞았다.
이제 새 감독을 향한 LG에게 시선이 쏠린다. 2년 동안 6할 가까운 승률(.585)을 자랑했던 감독도 포기했다. 흔히 말하는 '우승청부사'나 '단기전의 승부사'를 필요로 한다.
최근 야구계에서는 선동열이라는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2005년 삼성에서 감독을 맡아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지도자로서도 전성기를 열었다. 2010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결과는 준우승. 2년 연속 통합 우승 이후 다시 한국시리즈에 오르기까지 착실하게 진행한 세대교체 역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실패의 기억도 분명하다. 2012년 고향팀 KIA를 맡았지만 2012년 5위-2013년 8위-2014년 8위로 주저 앉았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 조차 실패했다. 이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으나 프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것도 벌써 16년 전 이야기다. 그럼에도 선동열이라는 이름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동열 전 감독이 지도자로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였다. 당시 투수코치로 김인식 감독을 보좌하며 '칼 같은 투수교체'로 한국이 초대 우승의 영광을 가져가는데 일조했다. "역시 선동열의 투수교체 타이밍은 다르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최근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진만 감독도 "야수 출신이라 투수 운영이 힘들더라. 하지만 선동열 감독 시절에 빠르게 교체하고 실패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경험했다"라고 선동열식 투수교체를 지향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 선동열 전 감독은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새로운 야구 트렌드를 접목한 칼럼을 작성하면서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야구 스터디 모임을 통해 이론 공부에 매진했고 이를 집대성한 책까지 출판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레전드 선수였고 감독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남긴 그가 '프라이드'를 뒤로 하고 새로운 야구 트렌드를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쇼킹한 일이었다.
LG가 지난 해 이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때 선동열 전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초빙하기도 했는데 당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자로서 항상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을 느꼈다"라면서 "우리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데이터를 갖고 선수에게 접근해서 '이런 장단점이 있다', '이런 식으로 고치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 때는 직감으로 '이렇게 해봐'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할 만큼 달라진 지도자론을 선보였고 터널 포인트, 수직 무브먼트 등 요즘 트렌드로 언급되는 개념들을 막힘 없이 설명하기도 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억은 16년 전이 마지막이기는 하지만 '선동열이 달라졌다'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선동열이 새롭게 감독을 맡으면 어떤 야구를 선보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팬들도 많아졌다. 최근 LG 감독 후보로 언급되는 이유가 단지 과거의 영광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LG 트윈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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