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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태원 참사’에 앞서 관할 지자체인 서울 용산구청이 핼러윈 대비 회의를 두 차례 열었지만, 박희영 구청장은 모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지자체의 수장이 사실상 안전관리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용산구청과 경찰 등을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용산구청은 참사 사흘 전과 이틀 전 각각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지난달 26일)’와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지난달 27일)’를 열었다.
경찰 등과 핼러윈 기간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기관 4자 간담회에 용산구청 측은 자원순환과 공무원 단 두 명만을 참석시켰다. 자원순환과는 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부서다.
경찰에선 용산경찰서 소속 경정급(경찰서장인 총경 아래 계급)인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 형사과장 등 7명이, 이외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구청장 주재 민·관 대책 회의…올해는 공무원 두 명 보냈다
용산구는 수년 전부터 핼러윈을 앞두고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왔다.
과거 회의는 구청장이 주재했다.
실제로 지난해 회의엔 성장현 당시 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등 20여명이 참여해 밀집지역 집중 순찰을, 2020년엔 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에 이어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 이태원119 안전센터장을 비롯한 40여명이 함께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올해 회의는 참석자들의 직위가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평년보다 쪼그라들었다. 이번 간담회에 소방 당국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어떤 대책 논의나 회의 참석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전 문제가 논의됐어야 하는 간담회에서 구청 측은 핼러윈 기간 쓰레기 배출 문제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구청 측은 상인연합회에 “주말 동안 도로 등에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경찰 측이 “질서유지에 대해 논의 중인데 쓰레기 수거만 언급하는 건 준비가 되지 않아 보인다”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용산구청은 다음날 별도 대책회의를 또 열었지만, 박 구청장은 여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1개 부서장이 참여하는 이 회의를 주재한 건 유승재 부구청장이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주민 야유회 등 참석으로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구청-경찰 합동 순찰·단속
관계기관 사이의 불협화음은 부실한 안전 관리로 이어졌다.
구청이 경찰 등과 함께 진행하던 합동 순찰·단속은 올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서울청과 용산서가 작성한 치안대책 보고서에는 한 차례도 ‘구청’이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2021년 핼러윈데이 경찰 방역치안 대책’에 따르면 지난해 핼러윈 기간 용산구청은 공무원 8명을 투입해 오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경찰과 함께 이태원 일대를 합동 순찰하고 특별 단속을 했다.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진 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군중 분산 조치를 하고, 영업시간 위반 업소를 점검했다.
이 매체는 박 구청장에게 대책 회의에 불참한 사유 등을 물어보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구청장 일정이나 참석 여부나 이유는 답변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했다.
참사 당일 고향 경남 의령을 다녀온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45분 전, 자택 인근이자 참사 현장 길 건너편인 이태원 퀴논길을 찾기도 했다. 이미 119에 압사 우려 신고가 이어지는 등 이태원 일대가 극도로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박 구청장은 별다른 대책을 주문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구청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개 사과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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