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류준열을 옆에서 봤을 때 굵은 기둥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 '택시운전사'(2017), '봉오동 전투'(2019)에 이어 '올빼미'에서 배우 류준열과 세 번째 연기 합 맞춘 배우 유해진은 10일 간담회에서 이렇게 전했다. 류준열은 말 그대로 '올빼미'의 묵직하고 단단한 기둥 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무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아픈 동생과 단둘이 살아가는 맹인 '경수'(류준열)는 어의 '이형익'(최무성)으로부터 빼어난 침술 실력을 인정받아 궁에 입성한다. 하지만 '경수'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다.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는 것. 하루빨리 동생 약값을 벌어야 하는 경수는 이를 함구하고 내의원 생활을 이어간다.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김성철)가 8년 만에 귀국하지만 '인조'(유해진)는 반가움도 잠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청을 벗 삼아 신문물을 받아들이자는 아들과 마찰도 빚는다.
'경수'는 '소현세자'를 치료하다 주맹증을 들키고 만다. 하지만 되레 그의 신임을 얻어 왕에게까지 침 놓을 기회를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예기치 않게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는 진실을 알리려 고군분투하나 배후의 음모가 드러나며 큰 위기에 봉착한다. 세자의 죽음 후 '인조'는 걷잡기 힘든 광기에 휩싸인다.
영화 '왕의 남자'(2005)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의 첫 상업 장편이다. 영화, 드라마 최초로 주맹증을 소재 삼았다. 안 감독은 안과 의사에게 자문하고 류준열과 주맹증 환자를 만나는가 하면 안질환 경험담을 찾아 섬세한 묘사를 완성했다. 빛이 있는 곳에선 전부 하얗게 변하고 어두운 장소에서는 흐릿한 '경수'의 시야가 극사실적으로 펼쳐진다. 극명한 색감 대비 역시 인상적이다. 해가 진 뒤 감도는 어둡고도 푸른 색감은 전반의 미스터리를 끌어올린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마치 약물(藥物)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로 기록된 '소현세자'의 죽음에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fact+fiction=faction)'이다. 실제 역사와 맹인 침술사라는 허구의 캐릭터가 균형 있게 조화된 덕분에 사실감이 극대화됐다. 여기에 적절한 반전이 더해져 118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가장 돋보이는 건 '올빼미'의 상징인 '경수'다. '경수'는 류준열의 '착붙' 열연을 만나 막대한 흡인력을 얻는다. 동생을 향한 사랑과 애틋함, 초점은 불분명하지만 굳은 의지가 담긴 눈빛에 더해 강직한 내면까지 능수능란하다. 전작인 SF 사극 액션 영화 '외계+인 1부'(2022)와 마찬가지로 한복을 입고 등장하나 '무륵'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온전히 '경수'로서 존재할 뿐이다.
대선배 유해진과 붙어도 물러섬이 없다. "영화에만 집중했다"는 류준열의 말마따나 가공할 집중력을 기반에 둔 채 치열하게 대립한다. 웃음 담당인 내의원 선배 만식 역의 배우 박명훈과도 차진 호흡을 보여준다.
오는 23일 개봉.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 NEW]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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