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1일(한국시간) 오전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이 시작된다.
전 세계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인 축제 월드컵 분위기로 뜨거운 가운데 유독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월드컵 열기가 무르익고 있지 않다.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을 정도로 분위기는 사실 차갑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사상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것이다. 또 최근 한국 사회를 덮친 충격, 이태원 참사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 상징과도 같았던 거리 응원 역시 이번에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기업이든, 방송사든 제대로 된 마케팅이 될 리 만무하다.
많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대표팀, 파울루 벤투호에 대한 기대감이 현격히 낮다는 것이다. 한국은 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와 H조에 속했다. 대다수 축구팬들은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를 전망하면서 벤투호에 대한 기대감을 대신 표현한다.
여기에 벤투호의 핵심 중의 핵심 손흥민(토트넘)이 안와골절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자 축구 팬들은 16강 좌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여러 외신들 역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매우 낮게 분석하면서 분위기 저하에 힘을 보탰다.
왜 축구팬들은 결전을 앞둔 벤투 감독을 신뢰하지 못할까.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왔고, 큰 위기 한번 없이 월드컵 본선까지 갔다. 그렇지만 이제 축구팬들은 월드컵 본선을 이끌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줄 경쟁력에 기대감을 품는 것이다. 벤투호에는 그런 것이 없다.
누가 예상해도 같은 스타팅 멤버, 같은 전술을 반복했고, 주변의 우려에도 고집과 아집을 꺾지 않은 그의 철학까지도 불신의 크기를 키웠다. 손흥민에게 극도로 의존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다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되자 벤투호에게 가졌던 마지막 희망마저 놓아버리는 모습이다.
벤투 감독이 자처한 일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로 끝까지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실패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반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역시 벤투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축구팬들에게 16강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하면 된다. 유일한 방법은 첫 경기 경기력과 결과다.
벤투호의 첫 상대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다. 객관적 전력,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우루과이 14위·한국 28위) 등 어떤 부분을 비교해도 한국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는 우루과이다.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 축구팬들이 우루과이의 승리를 예상한다.
이 예상을 뒤집어버린다면 판도는 바뀐다. 축구팬들의 시선과 열기가 벤투호로 향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벤투호에 실망했던 모든 감정들이 단번에 환호로 바뀔 수 있다.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결실일 수 있다.
우루과이전 경기력에 따라 가나와 포르투갈전에 임하는 축구팬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감독 교체 없이 완주한 감독이다. 분명 장점이 있다. 이 연속성이라는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우루과이전에서 반전하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16강에 못갈 이유도 없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후보였던 적은 없었다. 언제나 조 최하위, 16강 실패 1순위였다. 그렇지만 과거에는 이런 비관적 전망을 뚫고 16강에 올라선 두 번의 경우가 있었다.
그 과정은 똑같았다. 강호를 꺾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서 시작됐다. 16강에 올랐던 2002 한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모두 1차전에서 승리했다. 이후 기대감 폭발로 온 국민이 한마음이 돼 대표팀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꼭 성적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16강에 올라가지 못해도 환호를 받은 대표팀도 존재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희망을 남겼기에 박수를 받은 것이다. 한국 축구가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에 축구팬들은 만족감을 느꼈다.
벤투호도 같은 상황이다. 16강 후보가 아니다. 탈락 1순위다. 큰 목표보다 작은 희망으로 시작할 때다. 때문에 벤투호는 우루과이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올인해야 한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다시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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