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년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키움의 포스트시즌 선전에 이 선수가 빠지면 섭섭하다. 외국인투수 타일러 애플러다. 10개 구단 외국인선수들 중 최저 몸값(40만달러)으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정규시즌 33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30.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적이다.
애플러는 마이너리거 시절 잠시 해당 구단 지도자의 권유로 팔각도를 낮췄다가 낭패를 봤다. 팔각도를 다시 올리면서 자신감을 찾았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145.2km. 구속은 아주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린 것도 아니었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다. 포심 비중은 15.8%에 불과했으나 투심과 슬라이더가 각각 26.4%, 26.9%였다. 뒤이어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다만, 커맨드가 들쭉날쭉했고, 실투가 많은 날도 있었다. 확실한 색깔을 갖춘 투수는 아니었다.
그런 애플러가 포스트시즌서 달라졌다. 5경기 모두 선발 등판해 2승2패, 24이닝 7자책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5이닝 5실점)을 제외하면 흔들린 경기는 없었다. 오히려 유독 애플러가 마운드를 지킬 때 키움 내야수들의 실책이 잦았다.
출루할 수 없었던 주자가 실제로 출루했지만, 애플러는 흔들리지 않고 최소실점으로 버텨냈다. 정규시즌서 KT(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3.57)와 LG전(2경기 1패 평균자책점 2.70)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투구패턴을 계속 바꾸는 등 철저히 준비한 모습도 보여줬다.
애플러는 지난주에 출국했다.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멋진 시즌을 보내게 해준 히어로즈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이 팀과 경쟁하는 내 인생의 시간을 가졌고 남은 인생 동안 이 기억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우리 가족이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해줘서 고맙고 나와 함께 형제가 돼 싸워준 팀 동료에게도 감사하다.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코치님들, 그리고 나를 포기하지 않은 코치님에게 감사드린다. 우리가 다음 시즌에 이 모든 것을 다시 할 수 있고 우승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2023시즌에 다시 영웅군단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은근히 표현한 것이다. 29세의 젊은 투수. 그러나 올 시즌 실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에 어필하는 건 쉽지 않은 현실. 젊은 팀에서 다시 우승하고 싶은 소망까지. 애플러의 진심은 분명하다.
고형욱 단장은 최근 “외국인투수를 ‘바꾸겠다’, ‘안 바꾸겠다’라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구단도 준비하는 게 있다. 잘 따져보고 결정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단돈 5억원 투수라서 다시 손을 잡는 것도 큰 부담은 없다. 올 시즌 KBO리그 적응을 바탕으로 내년에 더 잘할 가능성도 있다.
단, 키움은 내부적으로 에이스 안우진과 짝을 이룰 강력한 외국인투수의 필요성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측면에선 애플러는 안 맞는 카드이긴 하다. 현재 키움은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무조건 붙잡는다는 입장이다.
[애플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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