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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왕의 남자'를 촬영하고 17년 만에 전라북도 부안에 갔다. 연출로 다시 가게 될지 몰랐다. 감개무량하다."
영화 '왕의 남자'(2005)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은 첫 상업 장편 '올빼미'를 같은 장소에서 찍으며 "대단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담은 스릴러 사극이다. 인조실록에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로 기록된 소현세자의 죽음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배우 유해진이 소현세자가 세상을 떠나자 광기에 휩싸이는 인조를 연기했다. '블랙잭'(1997)으로 영화계에 입성한 뒤 왕 역할은 처음이다. 배우 류준열은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주맹증을 가진 침술사 경수로 분했다.
안 감독은 드라마, 영화에서 최초로 다뤄지는 주맹증을 보다 사실감 있게 표현하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의사 자문은 물론 류준열과 주맹증 환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안질환 경험담을 찾아다녔다.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 감독은 "사실 류준열이 처음에 준비하면서 힘들어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더라. 주맹증 환자들을 만나고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자신감이 붙은 느낌이었다"라며 "주맹증 환자들은 증상이 다르고 보이는 정도도 다르다.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안 감독은 '올빼미'에서 "세계 최초"로 주맹증을 소재 삼았다. 그는 "밝은 곳에선 볼 수 없지만 어두운 데선 보이는 맹인이 궁에서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다는 소재가 흥미로웠다"라면서 연출 계기를 알렸다.
또 "사극은 준비하는 과정이나 시간이 현대극과 대단히 다르다. 다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역사적 맥락을 해치지 않으려 공부하고 자문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왕의 남자' 이후 10여 년 만에 유해진과 재회한 안 감독은 "이제까지 보여지지 않은 왕, 인간적인 약점이 드러나는 인조를 원했다. 유해진이 하면 다를 것 같아 캐스팅하게 됐다"라며 "정확하게 '왜 나를 캐스팅했냐'고 묻기에 '형이 하면 다를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끄덕끄덕하셨다. 유해진만이 할 인조가 있다"라고 신뢰를 표했다.
이어 "사실 그 이야기 하기 전에 할 걸 알았다. 만났는데 이미 인조에 빙의해 계시더라"라며 "사석에서 10년 만에 뵌 거다. 인사를 하더니 앉고 어떻게 지냈냐는 말 한마디 없이 인조 이야기만 하더라"라고 덧붙여 웃음을 줬다.
류준열 역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함께했다. 안 감독은 "경수는 겉으로 많이 표현하지 않는다. 안에 생각이 있어도 눌러 담고 산다"라며 "류준열이 상세한 표현을 알아서 잘해줬다"라고 칭찬했다.
안 감독은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첫 촬영에 와 슬레이트를 쳐주셨다"라고도 했다. "세 달 동안 찍었다. 신인 감독에게는 오랜 기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회차 한 번 어기지 않고 촬영 시간도 넘긴 적 없다"라며 "스태프가 베테랑이었다. 현장에 가면 다 준비돼 있어 전 고르기만 하면 됐다. 미스가 나서 지연된 적도 없고 배우들도 NG 하나 없이 원하는 대로 잘 따라와줬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찍을 수 있었다. 사극을 3달에 찍는 건 이준익 감독님 말고는 없다. 도저히 못 따라가겠지만 열심히 따라가려 했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안 감독은 "'올빼미'는 빛과 어둠을 다룬 영화다. 주맹증을 소재로 하다 보니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대비가 있다. 맹인이 주인공이라 청각도 중요하다"라며 "극장에 오셔서 눈과 귀를 열고 보셔야 온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
'올빼미'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사진 = NEW]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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