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왕에 가장 잘 어울린다.”
박병호(KT)가 2021-2022 FA 시장에서 3년 30억원 계약을 통해 키움에서 KT로 옮기자 이정후(키움)가 ‘울고 불고’ 했다는 일화가 화제였다. 그만큼 이정후에게 박병호는 소나무이자 우상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여전하다.
박병호는 KT에서 보란 듯 부활했다. 35홈런으로 2019년 이후 3년만에 홈런왕을 탈환했다. 그러자 이정후는 시상식 이후 “병호 선배가 홈런왕을 차지해서 기쁘다. 홈런왕이 가장 어울린다. 홈런왕이 정품을 찾아갔다”라고 했다.
이정후와 박병호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이정후가 2년차를 맞이한 2018년,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와 타율 0.345 43홈런 112타점으로 KBO리그를 폭격했다. 자연스럽게 후배들의 기둥이자 버팀목 노릇을 했고, 그해 포스트시즌 돌풍을 주도했다.
이정후는 “박병호 선배님, 오주원 선배님 등 이젠 팀에 없거나 은퇴한 선배들이 생각난다. 하성이 형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그 선배들만 보고 따라하면 됐다. 이 선배님들을 안 만났다면 지금 이렇게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10여년을 돌아볼 때, 키움은 2017년을 제외하면 꼬박꼬박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유독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만 되면 힘을 내며 ‘가을의 강자’로 불렸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선전엔, 선배들의 솔선수범과 헌신이 있었다.
실제 박병호과 김하성 등은 키움에서부터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 등으로 자연스럽게 후배들의 귀감을 샀다. 이정후는 그저 그 선배들을 따라하다 보니 팀도 잘 됐고, 성장한 자신도 발견했다. 세월이 흘러 선배들은 떠나고 이정후는 키움의 그라운드 리더가 됐다. 이제 이정후를 따르며 내일의 희망을 품는 후배가 제법 많다. 이미 올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이정후는 “슈퍼스타 그 선배들은 훈련 시작 3시간 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그 선배들 따라 나도 좋은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젠 모든 구단에 보편적인 풍경이지만, 키움은 일찌감치 그라운드 훈련 외에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 휴식의 중요성을 리그에 상기시켜준 팀이다.
이정후는 여전히 존경하는 박병호가 홈런왕에 오른 걸 진심으로 축하했다. 올 시즌 이정후도 홈런에 눈을 떴지만, 홈런왕만큼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며 몸을 낮췄다. 이젠 적이 된 두 사람이지만, 박병호는 박병호대로, 이정후는 이정후대로 영웅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병호도 이정후의 MVP 수상에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박병호와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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