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무엇이 그리 급했는가.
당신이 주심으로 배정을 받았을 때, '설마'라는 걱정이 든 것은 사실이다. 손흥민과의 악연이 다시 떠올랐지만 설마, 애써 외면했다. 여러모로 악명 높은 앤서니 테일러 당신 말이다.
그는 한국과 가나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주심이었다. 잉글랜드에서 숱한 오심과 논란으로 유명한 심판. 경기 전부터 많은 언론과 팬들이 불안감을 제기한 이유다.
경기는 시작됐고, 경기는 너무나 긴박하게 진행됐다. 가나가 먼저 2골을 넣자, 한국이 2골로 받아쳤다. 가나가 1골을 넣고 달아나자 그때부터 한국의 시간이 펼쳐졌다.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치며 가나의 골문을 두드렸다.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설마가 현실이 되는 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문제는 후반 추가시간에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은 10분이 주어졌다. 한국은 모든 체력과 열정 그리고 투혼까지 쏟아부으며 가나 문전으로 돌진했다.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쳤다. 태극전사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한국의 기세가 두려웠던 가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었어야 했다. 그들은 추가시간에 몇 번이고 쓰러졌다. 강한 충돌도 아니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픈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 수가 읽히는 장면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10분이 지났고 50초가 더 지났을 때, 한국은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사실상 한국의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었다. 한국의 동점골 흐름이 최고조로 다다랐을 순간이었다. 두 손을 모아, 모든 선수들과 축구팬들은 마지막 코너킥을 주시했다.
그런데 마지막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테일러가 한국의 코너킥을 외면한 채 종료 휘슬을 불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가나의 3-2 승리로 끝났다. 손흥민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대거 테일러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가만있을 수 없었다. 그는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았다. 벤투 감독은 3차전 포르투갈전을 벤치에서 지시할 수 없게 됐다. 알면서도 항의를 했다.
부당한, 불공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심판이라면 그래서는 안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전에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지금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게 벤투 감독에게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누가 감독이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심판이 어느 팀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기 보다, 근본적인 '심판 자질'에 관한 문제다. 추가시간은 10분. 추가시간 안에 경기 지연행위 혹은 부상 등으로 시간이 지연된다면 추가시간에 또 추가시간이 주어지는 건 축구 기본 중의 기본이다.
추가시간 내 가나 선수들의 시간 지연행위가 분명 있었다. 그것도 몇 번이나. 다 합치면 최소 2분이 넘는다. 그렇다면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이 주어지는 게 규칙이고, 상식이고, 정도다. 이것을 잡아내라고 심판이 있는 것이다. 이 시간을 제대로 돌려주라고 비싼 시계를 차는 것이다.
당신을 그러지 않았다. 최소 1분, 아니 최소 코너킥을 찰 수 있는 몇 초의 시간만이라도 주었어야 했다. 그게 심판이 할 일이다. 고로 당신은 심판 자질이 없다. 이 부끄러운 진실을 스스로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제 한국의 분노가 이해되는가. 왜 당신의 떨어지는 심판 자질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인가. 이것이 억울한 것이다. 이것에 분개하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 더 아픈 것이다.
이 경기는 당신이 직업으로 돈을 벌고 경력을 쌓기 위해 지나가는 한 경기가 아니다. 이 한 경기에는 태극전사들의 지난 4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신이 함부로 침범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동료들과 동행하면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온갖 비아냥과 조롱도 받아야 했다. 얼마나 많은 상처와 눈물 또 고통과 절실함이 담겨 있겠는가. 그들은 모두 참아내고 인내하며 여기까지 왔다. 단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이 월드컵에서의 한 경기를 위해 지난 4년의 모든 것을 걸었다.
당신이 그 경솔한 마지막 휘슬을 부는 시간은 1초도 채 되지 않는다. 그 개념 없는 1초라는 시간이 한국 축구대표팀 4년의 피땀을 짓밟았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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