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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청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국민의힘 차기 대권 '잠룡' 일원으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당권주자군 중 '당심(黨心) 우위'를 보이는 나경원 전 의원(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을 사실상 '여배우', '수양버들' 등으로 지칭하며 연이어 깎아내려 이목을 끌었다.
'황교안·김기현·윤상현·조경태·권성동·나경원·권영세' 순으로 당권주자군을 나열하며 '2024년 총선 승리 확신이 들지 않는다', '당원 성에 차지 않는다'는 평을 전해 비판받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호하면서다.
홍준표 시장은 한국당 초대 대표 시절 '막말·공천 시비'로 중진 의원들과 대립한 구원(舊怨)까지 꺼내며 "믿고 의지할 만한 중후한 인물"을 조건으로 들었는데,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대구 시정(市政)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맞받았다.
8일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나 전 원내대표는 7일 대구한방의료체험타운을 찾아 정치개혁시민단체인 '청년 4.0포럼'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 겸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로서 초청됐다. 해당 단체는 앞서 국민의힘 당권 도전을 선언한 부산지역 5선 조경태 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구의 터줏대감인 홍 시장이 나 전 원내대표 저격 메시지를 연이어 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게 '내부 디스'다, 맞는 말"이라면서도 "(탄핵으로) 붕괴된 당을 안고 내가 악전고투하고 있을때 문재인 정권은 겁이나 대들지 못하고 집요하게 내부 디스만 하던 사람들 지금 어디에 가 있냐"고 지적했다.
'내부 디스'는 나 전 원내대표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꺼낸 말이다. '내부 총질'이 이준석 전 당대표를 향했다면 '내부 디스'는 주 원내대표를 지적한 것으로 "'그동안 나온 사람들은 다 문제 있다' 이런 식으로 늘 매도하는 게 우리 당의 정말 고질병"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11 전당대회 당시 책임당원투표(70% 비중)에서 유승민계 출신인 이준석 전 대표를 소폭 앞서 1위했으나 일반여론조사(30%)에서 크게 밀려 최종 2위로 낙선했다. 당시 3위로 레이스를 끝낸 주 원내대표와 중진 후보 단일화가 불발된 결과이기도 해 양측의 관계가 여전히 불편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TK(대구·경북) 최다선(5선)인 주 원내대표를 감싸며 나 전 원내대표를 견제했다. "아직도 틈새 노리고 기회나 엿보는 비열한 정치나 하고 있지는 않느냐"며 "이젠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난 잘못을 반성하는 정치를 해야 맞지 않느냐"고 그는 꾸짖었다.
한층 수위를 높여 "자신이 한 짓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남탓이나 하는 하이에나 정치는 이제 그만두라"고 쏘아붙였다. 글을 수정해 "주 원내대표가 한 말은 내부 디스가 아니고 모두 맞는 말인데 주 원내대표를 공격하신 분은 오히려 내부 디스한 일이 없었는지 곰곰 생각해 보라"고 덧대기도 했다.
이에 나 전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만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보기에 대구시는 통합신공항 문제 등 현안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정에 하실 일이 많지 않을까"라며 홍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를 향해선 거듭 "'우리 것'을 참 가볍게 보는 우리 당의 고질병"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 선거 대처·MZ세대 인기·잡음없는 공천'을 당대표 자격론으로 든 데 대해선 "MZ세대에 공감을 구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 승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큰 틀에 동의한다"고 원론적으로 평가하되 "야당을 포용해 국정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경륜과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자신을 내세웠다.
당대표 자격론을 두고는 친윤(親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도 주 원내대표 등에게 "당을 왜소하게 만든다"며 경고음을 낸 터다. 나 전 원내대표는 또 "(인구·기후문제 등) 비상근 자리의 과제에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제 진심이지만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대표 출마를 배척하는 건 아니다"고 재차 여지를 뒀다.
그러자 홍 시장은 추가로 페이스북 글을 올려 "참 딱하다"며 "아직도 당대표 선거를 탈렌트(탤런트) 경연대회로 착각 하는가. 당원들이 믿고 의지할 만한 중후한 인물을 뽑아야지 박근혜 탄핵 때처럼 '수양버들' 당 대표를 뽑는다면 윤(석열) 정권이 코너 몰리면 또 그런 짓 할 거 아닌가"라고 했다. 5년여 전 '탄핵 사태'까지 재소환한 것이다.
앞서 홍 시장은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 대선주자로 등판했다. 경선 국면에서 그는 "(박 전 대통령을) 춘향이인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 "탄핵당해도 싸다" 등 혹평했다가 5·9 대선 직전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시키겠다'는 입장을 내 당시 친박(親박근혜)계와 지난 3·9 대선 경쟁자들의 비판 대상이 됐었다.
나 전 원내대표는 2016년 10월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폭로 초기 대통령 탈당과 특검 등을 주장하며 비박(非朴) 정치인 여론전의 한축에 서 있었다. '중립성향'으로 불리던 그는 한국당 중진으로 남아, 대선후보에서 당대표로 재등판한 홍 시장의 당 운영을 비판한 바 있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 대(對)민주당 투쟁으로 눈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 원내대표는 2017년 1월 김무성계·유승민계의 집단탈당과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해 초대 원내대표를 지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반년 뒤인 11월 유승민계 중심으로 잔류한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으로 돌아온 뒤 '인적청산론'을 꺼내기도 했었다. 한편 당권주자군 중 탈당 전력이 없는 한국당계 중진으론 김기현 전 원내대표, 나 전 원내대표 등이 꼽힌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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