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백승호(25, 전북현대)가 스타디움 974의 골망을 가장 마지막으로 흔들었다.
백승호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발탁되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는 출전 기회가 없었다. 백승호가 뛰는 미드필더 포지션에는 황인범(26, 올림피아코스), 정우영(32, 알사드), 이재성(30, 마인츠) 등이 조별리그에 선발로 뛰었다.
백승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브라질 경기에서 0-4로 끌려가던 후반 20분에 백승호는 황인범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투입 10분 만에 득점 기회를 맞았다. 이강인이 올려준 프리킥 크로스를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냈다. 백승호는 가볍게 트래핑한 뒤 왼발 발리 슈팅을 시도했다. 이 공은 수비수 6명을 뚫고 브라질 골문을 갈랐다. 스코어는 1-4. 추가 득점 없이 경기가 끝났다.
스타디움 974는 개최국 카타르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며 ‘임시로’ 건설한 경기장이다. 월드컵이 끝나면 철거된다. 이곳은 컨테이너 박스 974개를 활용해 지어졌는데, 974는 카타르의 국제전화 국가번호다. 해당 경기장에서 카타르 월드컵 7경기가 열렸다. 조별리그 6경기와 16강 1경기를 개최했다.
그중 마지막 경기가 한국-브라질 경기였다. 이 경기 마지막 골을 백승호가 넣었다. 따라서 백승호가 스타디움 974의 '생전 마지막' 골장면을 장식한 셈이다. 한국-브라질 경기 바로 다음날부터 스타디움 974의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스타디움 974를 포함해 경기장 3곳이 월드컵 직후 철거되거나 축소된다.
스타디움 974의 마지막 길을 원더골로 배웅한 백승호는 취재진과 만나 “조별리그를 동료들이 정말 잘해준 덕에 제가 16강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고맙다”며 “2002 한일월드컵을 보며 축구를 시작했다. 딱 20년이 지난 올해 월드컵에 데뷔해 골까지 넣었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백승호는 또 다른 진기록도 남겼다. 이날 선발로 뛴 브라질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30, 리버풀)는 이번 대회 3경기 출전해 단 1골만 실점했다. 이 1골을 백승호가 넣었다. 알리송은 조별리그 1차전 세르비아전(2-0 승), 2차전 스위스전(1-0)에서 선방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이 없었다는 뜻이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 유일한 슈팅으로 알리송을 뚫었다. 알리송은 백승호에게 실점하고 4분이 지나서 교체 아웃됐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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