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23년 키움의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장재영과 김건희의 투타겸업 ‘시도’다. 구단이 투타겸업을 무조건 시키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선수의 잠재력을 완벽하게 끌어내기 위한 ‘권유’에서 비롯된 일이다.
장재영은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시작한 투타겸업을 올 시즌 본격적으로 시도해보려고 한다. 3일 훈련 1일 휴식의 스프링캠프 일정에서 이틀은 타격, 하루는 피칭을 한다. 김건희도 마찬가지다. 고형욱 단장도, 홍원기 감독도 ‘열린 결말’을 기대한다.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 조차도 장재영과 김건희의 미래를 예상하지 못한다.
섣부른 ‘단정’이 유망주의 미래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재영이 비록 지난 2년간 투수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터질 선수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장기적으로 타자로 잠재력을 보여주면 투타 겸업을 할 수도 있고, 투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 심지어 3루수까지 권했으나 장재영이 고사했다.
김건희는 원주고 시절 포수와 투수를 겸했지만, 키움은 포수로 육성할 마음이 없다.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투수와 1루수로 훈련했고, 이번 스프링캠프서도 마찬가지다. 투수와 1루수, 심지어 외야수 가능성도 열어놨다.
키움은 장재영과 김건희를 바라보며, 팀이 아닌 철저히 선수 개개인의 야구인생을 위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모든 결정은 두 선수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내린다. 그리고 FA 4년 25억원 계약을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형종은 키움의 이런 분위기가 놀랍기만 하다.
이형종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틱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 도중 “이게 키움이라는 팀이라서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까 장재영에게 ‘너 몇살이니?’라고 물었다. 22살이라고 하던데, 난 22살 때 (LG 구단에)타자 시켜달라고 했다가…나갔다”라고 했다.
이형종은 야구 팬들에게 LG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키움으로 떠난 외야수 FA로 기억되지만, 사실 유망주 시절엔 투수였다. 서울고 에이스였고, 2008년 LG에 1차 지명돼 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심지어 2010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임의탈퇴 신분이었다. 2015년에 타자로 전향했는데, 알고 보니 임의탈퇴 전후에 타자 전향을 구단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이형종의 회상이다. 대부분 구단이 여전히 유망주의 투타 겸업, 전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선수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형종이 “장재영은 1차 지명 선수잖아요. 1차 지명이라면 더더욱 안 바꿔준다. LG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김건희도 그렇다. 1라운드, 투수로 캠프에 데려왔는데 이 팀은 ‘그래 너 한번 해봐라’이런 분위기다. 안 되면 다시 투수하면 되는 것이고. 이런 분위기 자체가 부러웠다”라고 했다.
이형종은 말이 나온 김에 ‘라떼야구’를 시전했다. “난 27살 때 타자로 전향했는데, 22살에 하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그때 그렇게 하려고 하다 팀을 나갔다. 내가 타자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몇 달 동안 얘기했는데 안 돼서 골프 쳤다. 돌아와서 또 투수를 하다 외야를 해보라고 했고, 편하게 하라고 해서 시작했다”라고 했다.
키움은 확실히 유망주들의 육성에 편견 없고, 파격을 서슴지 않는다. 그게 선수 잘 키우는 비결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형종은 “LG 시절 전향하고 코치님들이 야수처럼 말해준 게 큰 힘이 됐다. 어린 선수들에겐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이다”라고 했다.
이형종은 장재영과 김건희가 부럽기도 하고, 자신도 전향을 해봤기에 도움이 되는 건 도와주려고 한다.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재영이에겐 3루수도 해보라고 했다는데 본인이 못 하겠다고 했다더라. 어린 나이에 외야보다 내야를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외야로 가면 되는 것이고. 이런 걸 보면 키움은 참 좋은 문화를 갖고 있다”라고 했다.
[이형종.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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