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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오사카(일본) 박승환 기자]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 추신수(SSG 랜더스)가 일본 언론의 보도를 언급하며 국가대표 세대교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한 말. 하지만 일본 언론도 김광현과 양현종의 투구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6일 일본 오사카의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공식 평가전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대표팀은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를 구성하는 등 정예멤버가 모두 출격했다. 하지만 오지환을 시작으로 김하성까지 유격수 방면에서 3개의 실책이 쏟아지는 등 9일 호주와 경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경기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 있었다. 바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김광현과 양현종의 불펜 등판.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30인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김광현과 양현종 등 베테랑 투수들을 불펜 투수로 기용할 방침을 드러냈다. 그동안 줄곧 선발 투수로 뛰어온 만큼, 불펜 투수로 등판했을 때 100% 기량이 나올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하지만 6일 경기를 통해 물음표는 완전히 삭제됐다.
김광현은 소형준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동안 2개의 피안타를 내줬으나, 1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양현종은 1이닝 동안 2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 이닝을 만들어냈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 에이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광현은 0-2로 뒤진 2회말 1사 1, 2루의 실점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물론 최상의 결과는 아니었다. 김광현은 등판과 동시에 첫 타자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수비의 도움 속에 타자 주자를 지워냈고, 후속타자까지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3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오릭스 타선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양현종은 가장 완벽했다. 양현종은 0-4로 뒤진 5회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노구치를 시작으로 1~3번 타자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상대로 2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한국 대표팀 투수들 가운데 유일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앞서 SSG의 추신수는 미국 텍사스 지역 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팀의 세대교체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일본 언론을 언급하며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지만, 두 투수들의 투구는 분명 빛났다.
일본 언론도 김광현과 양현종의 투구 내용을 주목했다. 일본 언론은 경기가 종료된 후 이강철 감독과 인터뷰에서 '오늘 던진 선수 중 김광현과 양현종이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어떻게 보았나'라는 질문을 건넸다. 이들의 눈에도 김광현과 양현종의 투구가 분명 돋보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령탑은 일본 언론의 질문에 "오늘 경기에 들어와서 김광현의 볼 스피드가 올라왔다. 본인의 공이 올라오고 있는 점을 좋게 보고 있다"며 "양현종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투구 내용도 좋았지만, 베테랑 에이스들이 팀에 끼치는 좋은 영향에 대해서도 이강철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 두 선수는 베테랑으로서 우리의 좋은 경기 흐름을 이끌어가고, 상대의 흐름을 끊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불펜 경험이 많은 투수들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등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선수들. 호주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대표팀에서 중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일본 언론도 인정한 베테랑들이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김광현과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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