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광현이 '태극마크'를 달 때면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일본킬러'다. 김광현은 지난 2007년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에서 주치니 드래건스를 상대로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5⅓이닝 1실점,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일본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시절에 비하면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김광현은 명실상부한 KBO리그 '에이스'. 여전히 일본에서도 김광현 앞에는 '일본킬러'라는 수식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김광현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김광현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
지난 8일 일본 도쿄돔에서 만난 김광현은 '일본킬러'라는 말에 "제가 (일본전에) 나가게 될까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운이 좋게 일본전에 등판할 기회가 꾸준히 주어졌다. 잘 던질 때도 있었고, 못 던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던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당시 김광현은 자신이 일본전에 등판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한국 대표팀이 그동안 포커스를 맞춰왔던 호주에게 7-8로 패하게 된 것. 따라서 김광현이 일본전에 출격하게 됐다. 8강 진출의 첫 관문을 넘지 못한 이강철호는 남은 경기를 모두 잡아낸 후 다른 국가들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남은 경기를 모두 잡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호주전을 잡아냈다면,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일본과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김광현이다. 그는 지난 8일 "호주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호주전을 이기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본과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잘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김광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게 됐다.
이강철 감독은 9일 호주전에 패배한 직후 "승부치기까지 갔다면, 김광현을 투입했을 것이다. 7회부터는 김광현을 생각했다"며 "김광현을 낸 이유는 초반을 끌어줘야 할 투수는 결국 베테랑이다. 경험이 있는 선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잘 끌어주기를 바라면서 김광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일본을 상대로 마냥 좋은 기억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김광현은 지난 2009 WBC에서 일본을 상대로 1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한국은 '콜드게임'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좋은 기억이 더 많지만 가장 최근 등판 성적이 좋지 않았고, 당시에 비해 일본 전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 만큼 김광현의 입장에서는 모든 부담감을 떠안게 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에이스의 숙명'이라고 하기엔 가혹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김광현은 "일본과 붙은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면 좋겠지만, 쉬운 경기는 아닐 것 같다. 집중도, 관심 모든 것이 부담되는 경기다. 하지만 나가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예선에서 일본을 만나고, 결승에서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 바 있다.
김광현의 말처럼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야구는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김광현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국가대표 무대에서 다시 한번 '일본킬러'의 명성을 떨치며, 한국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SG 김광현이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야구대표팀과 SSG의 경기 1회초 대표팀 김혜성에게 안타를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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