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이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차전서 일본에 4-13으로 대패했다. 그냥 진 것도 아니고, 9점차로 무너지면서 한국야구사에 새로운 굴욕을 썼다. 하마터면 콜드게임으로 질 뻔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 2017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패배가 사실상 확정됐다. 문제는 내용이다. 역대 한일전서 한국이 전력상 앞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너무 무기력했다. 2009년 3월7일에 열린 대회 1라운드서 김광현이 등판한 날 2-14, 콜드게임으로 패배한 적이 있었다.
이날도 1점만 더 내주면 콜드게임으로 지는 것이었다. 그만큼 투수들이 무기력했다. 이날 한국 투수들은 무려 8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김광현과 김원중이 2개, 이의리가 3개, 원태인이 1개였다. 원태인의 경우 고의사구였다고 해도, 투수들의 제구난조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사구가 쌓이면 대량득점으로 이어지는 건 야구의 진리다.
경기를 중계방송한 MBC 정민철 해설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프리패스다. 프리패스를 주면 안 된다. 쉽게 나가다 보니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우리 투수들이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이다. 평상시에 이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 단 1개의 사사구만 기록할 정도로 투수들의 제구, 커맨드가 한국에 한 수 위였다. 이 한 경기로 한국과 일본의 투수 수준 차를 논하긴 어렵지만, 뎁스와 디테일에 차이가 있는 건 인정해야 한다.
7회 1사 1루서 우익수 박건우가 보여준 느슨한 수비도 아쉬움을 샀다. 라스 눗바의 평범한 단타에 눗바의 2루행을 막지 못했다. 박건우가 무리하게 1루에서 3루로 가는 나카노 타쿠무를 견제하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정민철, 이종범 해설위원 모두 아쉬워했다.
전날 호주전서도 대주자 박해민이 인플레이 상황서 상대 커버플레이 미스에도 홈을 파고 들지 못하는 등 주루와 수비에서 디테일이 떨어진 모습이 드러났다. 이날 일본전은 투수들과의 제구난조까지 겹치며 총체적 난국임을 증명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게 실력이다. 일본과는 하늘과 땅 차이며, 애당초 WBC 상위권에 들어갈 실력이 되지 않았다. 충격과 굴욕이라고 하지만, 엄연한 현주소다.
[한국.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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