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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 대통령실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대통령이 5급 이상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는 게 주요 임무인 필경사(筆耕士) 모집에 20여 명이 지원했지만 최종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다. 광범위한 디지털화로 인해 손글씨를 쓸 일이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명필(名筆)을 찾는 일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17일 공고한 ‘필경사(직급 전문경력관 가군) 경력경쟁 채용시험’에는 총 21명이 지원했다. 이 중 8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과 임명장 작성 등 역량 평가를 거쳤지만, 인사처는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 대해 말해주기 어렵다”고 했지만, 지원자들의 역량이 내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경사는 인사처 소속 공무원으로 1962년부터 지금까지 단 4명이 임명됐다. 서예 관련 석·박사 학위, 근무·연구 경력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할 수 있다.
가로 26㎝·세로 38㎝ 크기의 임명장 한 장에는 소속 부처와 직책, 이름 등 약 20~30자가 들어간다. 벼루와 먹을 이용해 붓글씨를 쓰는데 한 장에 20분 가까이 소요될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최근까지 김이중 사무관(5급), 김동훈 주무관(6급) 2명이 필경사로 일했는데 해마다 적게는 4000장에서 많게는 7000장씩 임명장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 임명장을 인쇄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공직자들이 손글씨로 된 임명장을 압도적으로 선호해 무산됐다고 한다. 인사처는 한 해 약 1만장 안팎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사처는 김이중 사무관이 지난달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직하자 후임이자 역대 다섯 번째 필경사를 찾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다.
인사처 관계자는 채용 재공고 여부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디지털화로 손글씨 쓸 일이 줄어들면서 주변에 글씨 잘 쓰는 사람이 많이 없어진 세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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