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7일 고척 키움-LG전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나왔다. 3-3 동점이던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는 키움 외야수 이형종. 그런데 볼카운트 2B1S서 공을 던질 준비를 하던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기가 중단됐다. 이형종과 LG 포수 박동원이 뭔가 얘기를 주고받았다. 웃으며 나누는 농담이 아니었다. 이형종의 표정은 짜증으로 가득해 보였다. 반면 박동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잠시 경기가 중단됐고, 급기야 최수원 주심이 두 사람을 말리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직접 전후사정을 설명하지 않는 한 왜 언쟁이 있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KBO리그 규정의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에는 ‘3. 경기 중 관객, 심판, 상대구단 선수단에 위화감과 불쾌감을 주는 언행 금지’라고 돼있긴 하다. 이를 어길 경우 제재 규정은 나와있지 않다.
어쨌든 약 1분간 실랑이 끝에 경기가 속개됐고, 이형종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연장에도 이형종 타석이 돌아왔으나 이때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 결과는 역시 삼진. 이날 박동원은 8회 동점 투런포에 연장 12회 2타점 2루타 등 4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반면 최근 타격슬럼프에 시달리는 이형종은 4타수 무안타에 3삼진에 그쳤다.
나이는 1989년생의 이형종이 1990년생 박동원보다 1살 많다. LG라는 공통분모가 있긴 하다. 이형종이 작년까지 LG에 몸 담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20억원 퓨처스 FA 계약으로 키움으로 옮겼기 때문. 그러나 박동원이 작년까지 키움, KIA에 있었다. 두 사람은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없다. 서울 출신의 이형종과 부산 출신의 박동원은 학창시절에도 접점이 없었다.
포수와 타자는 시끄러운 야구장에서도 어느 정도 대화를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포수가 타자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일부러 말을 많이 걸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는 게 관계자들 얘기다.
KBO리그에서 구단과 구단, 선수와 선수 사이의 스토리텔링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선을 넘지 않는다면 도발적인 언행도 어느 정도는 쇼맨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실제로 불쾌함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형종과 박동원은 그 순간, 확실히 기분이 나빴다.
[이형종(위), 박동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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