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도루 레이스에서 팀 전력, 분위기, 환경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아무리 도루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선수라도 해도 출루할 때마다 매번 뛸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스코어와 흐름, 투수와 포수의 주자 견제능력, 동료 타자의 존재감 등을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메이저리그가 올해 도루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해도 그냥 막 뛰는 선수는 없다. 페이크 도루 스타트가 오히려 상대에 더 큰 부담을 주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배지환은 팀을 잘 만났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전반적으로 뛰는 야구가 활발하다. 팀 도루 70개로 신시내티 레즈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1위다. 시도 횟수만 치면 93회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사실 배지환은 시즌 초반 도루만큼 도루자, 주루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서 전혀 주눅 드는 환경이 아니다. 배지환이 루키라서 ‘배움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15일까지 19도루, 내셔널리그 공동 2위로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그런데 배지환도 컨트롤 할 수 없는 괴물들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내셔널리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아메리칸리그 포함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는 에스테우리 루이즈(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주인공들이다.
아쿠나는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 더블헤더서 도루 1개를 추가했다. 더블헤더 1차전서 시즌 29도루를 기록했고, 2차전서는 인간적으로(?) 한 차례 시도, 실패했다. 내셔널리그 도루 독주 체제를 구축한지 오래됐다. 올해 엄청난 타격 생산력을 감안하면 도루왕이 유력하다.
알고 보면 아쿠나는 올해 35차례 도루를 시도했다. 도루 시도도 내셔널리그 1위다. 25차례 시도한 배지환보다 10차례 많다. 물론 61경기에 나선 배지환이 68경기에 나선 아쿠나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아쿠나는 적극적으로 뛰는 배지환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 미쳐 날뛴다(?)는 걸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아쿠나보다 더 미친 사나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33도루를 기록 중인 루이즈다. 아메리칸리그 2위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레이스, 22도루)에겐 이미 11개 차로 도망간 상태다. 1999년생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루이즈는 타율 0.256 OPS 0.644로 타격 능력 자체는 아쿠나와 비교가 안 된다. 배지환보다도 좋지 않다.
그러나 루이즈는 이미 무려 40차례나 도루를 시도했다. 출루하기만 하면 호시탐탐 도루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도루 시도 횟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 1위. 이날 탬파베이 레이스전서 두 차례나 뛰어 모두 성공, 아쿠나와의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최근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왕 레이스에서 아쿠나에게 바짝 추격을 당하는 흐름이었으나, 한 숨 돌렸다.
이래저래 배지환에겐, 마치 아쿠나와 루이즈는 인간계의 영역을 넘어선 ‘신계’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루키 시즌치고 매우 우수한 성적, 좋은 행보다. 아쿠나와 루이즈가 그저 대단할 뿐이다. 두 사람은 이미 양 리그 도루왕을 확정한 분위기다. 압도적 타격 능력의 아쿠나가 루이즈를 언제 추월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아쿠나(위), 루이즈(아래, 가운데).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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