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대회가 있을 때만 모여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류중일 감독이 도쿄돔에서 맞붙을 일본과 호주, 대만 선수들에 대한 전력 분석을 어느 정도 마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을 수확한 뒤에도 눈에 띄게 좋아지는 다른 국가들의 전력을 경계했던 만큼 이번에도 "잘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끌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달 7일 대만을 2-0으로 꺾으면서 아시안게임 4연패에 성공,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 결과는 최고였지만, 분명했던 것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연령과 연차 등의 제한이 있는 선수단으로 구성됐지만, 나날이 성장, 발전하는 다른 대표팀들을 상대로 꽤나 고전했던 까닭이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총 세 경기에서 크게 고전했는데, 그 상대가 바로 대만과 일본이었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 대만과 맞대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망주 랭킹 4위에 올라있는 더블A 투수 린위민에게 꽁꽁 묶이면서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결과는 0-4 패배로 이어졌다. 그리고 일본을 상대로도 2-0의 진땀승을 거뒀다. 일본 실업 야구 선수단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프로'와 격차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승전도 마찬가지 한국은 2-0으로 승리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대만과 두 번째 맞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고전했다. 한국은 다시 만난 린위민을 상대로 2점을 뽑아내며 초반 흐름을 손에 쥐었으나, 린위민에 이어 등판한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더블A의 류즈롱에게는 철벽 봉쇄를 당했다. 두 경기(18이닝)을 치르는 동안 2득점은 분명 생각을 해봐야 하는 지점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온 류중일 감독은 '금메달을 따냈지만, 다른 국가들의 야구 수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는 말에 "많이 올라왔다. 일본은 역시 사회인 야구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 돼 있는 팀이고, 대만은 과거 약 7~10년 전보다 투수력, 수비력, 타격이 한 층 더 올라온 기분이다. 앞으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경계하며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KBO리그를 보면 수비와 주루에서 미스가 많이 나온다. 이런 것을 점점 줄여나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6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호주와 대만이 많이 발전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고, 7일 경기에 앞서 상대 선수들의 영상을 본 것에 대해 "오늘(7일) 시간이 조금 있어서 일본, 대만, 호주까지 3개국 주요 투수들과 타자들의 영상을 모두 봤다. 아, 잘하네"라며 "내가 어릴 때, 대학 국가대표로 나갔을 때 호주 등의 수준은 조금 떨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잘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APBC 출전하는 팀 모두가 연차, 연령에 제한 두고 선수단을 구성했지만, 류중일 감독은 이제는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대만과 호주에서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왔던 선수들도 대거 포진됐다. 사령탑은 "WBC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나왔던 선수들이 많더라"며 "던지는 것도 좋고, 치는 그림도 좋다. 이제 만만한 나라가 없는 것 같다. 잘 치는 것만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 잘한다"고 경계했다.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손쉽게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전임제 감독'이 있다. 일본의 경우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국가대표를 주관하는 단체를 따로 설립한 뒤 최근 국제대회인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WBC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다. 류중일 감독도 전임 감독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전임제 감독은 필요하다. 국제대회가 많지 않다 보니 섣불리 선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전임 감독제의 코칭스태프가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모여서 훈련, 경기를 할지에 대한 방법을 찾을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가을에 대표팀 상비군을 모아서 호주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내년부터 개막전을 당기기 때문에 10월이면 시즌 일정이 끝날 텐데, 11월 마무리캠프 기간이 선수들이 모여서 코칭스태프와 얼굴도 익히고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일본은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즉 최대한 자주 모여서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 간의 케미도 맞추고, 선수들끼리의 호흡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사령탑은 "어떻게든 모여서 경기도 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에 어색하지 않게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회가 있을 때만 모여서 연습경기를 하고 대회를 치르는 것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러 선수들을 모아서 해본다면 서로 경쟁심도 생긴다. 태극마크는 아무나 달지 못하는데, 내 경험상 태극마크를 달면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자부심을 느끼면서 정신적, 실력으로도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단 KBO는 APBC가 끝난 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26 WBC 등 향후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 전임 감독 선임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만과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의 야구 수준이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손을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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