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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 라이온스 SNS
일본 대표팀 시절의 야마카와 호타카./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소프트뱅크 팬들이 불쌍하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18일(한국시각)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한 야마카와 호타카의 입단을 공식 발표한다"며 "입단 기자회견은 19일 열릴 전망"이라는 소식일 전했다. 지난 14일 '스포츠 호치'를 비롯한 일본 현지 언론이 소프트뱅크가 야마카와의 영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4일 만에 공식 발표가 나오는 셈이었다. 하지만 18일 일단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당초 야마카와의 계약 규모는 4년 16억엔(약 146억원)인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야마카와의 계약은 옵션이 포함된 4년 총액 20억엔(약 182억원)이라고 보도했는데, 보도 내용이 다소 엇갈리는 만큼 16~20억엔 사이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야마카와는 올해 초 일본프로야구계를 그야말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세이부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8-2019, 2022시즌까지 총 세 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품에 안는 등 일본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야마카와가 '성폭행' 혐의에 휩싸였던 것. 당시 해당 소식은 일본 잡지사 '주간문춘'에 의해 보도되면서 야마카와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피해자의 폭로로 인해 공개된 야마카와의 행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야마카와가 이미 결혼을 했고, 슬하에 자녀까지 둔 상황에서 '외도'를 했던 것이었다. 피해자는 "몇 차례나 거절했지만, 억지로 밀려났다"며 야마카와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을 주장했다. 야마카와 또한 "동의는 없었지만, 강제는 아니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과 함께 "친한 사이였다"는 해명을 늘어놓았다.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슬러거'의 행동에 팬심은 들끓었다.
당시 뿔이 난 팬들은 세이부 라이온스의 모기업인 세이부 홀딩스에 야마카와와 관련된 항의를 쏟아냈다. 그 결과 해당 보도(5월 11일)가 나온 직후 별다른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던 세이부는 이튿날 야마카와를 1군에서 말소하기로 결정했다. 무기한 출장 정지의 징계였다. 이후 '주주총회'에서도 야마카와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고, 세이부 오쿠무라 츠요시 구단 사장은 "팬 여러분, 관계자 여러분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세이부는 야마카와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야마카와를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야마카와는 8월 말 혐의 불충분으로 인해 불기소가 됐지만, 5월 12일 1군에서 말소된 후 야마카와가 세이부 유니폼을 입고 1군 그라운드를 밟는 일은 없었고, 그대로 정규시즌 일정이 종료됐다. 그리고 야마카와가 다시 일본 언론의 중심에 선 것은 FA 자격 때문이었다.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 라이온스 SNS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 라이온스 SNS
야마카와는 올해 단 1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7일의 1군 등록일수가 더 필요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직전 시즌 145일의 등록일수를 채운 선수가 이듬해 2월 1일부터 11월 30일 사이에 부상으로 말소돼 등록 일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말소일로부터 2군 공식 경기에 출전한 날까지의 날짜가 1군 등록 일수에 포함되는 '고장(부상)자 특례 조치'라는 규정이 있는데, 시즌 초반 종아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17일이 더해지면서 극적으로 FA 자격을 얻게 됐다.
'혐의 불충분'으로 야카마와가 불기소됐지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을 저지른 만큼 야마카와를 영입할 구단은 쉽게 등장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세이부 또한 FA 자격을 얻은 야마카와와 재계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그림이 이어졌던 까닭. 그러나 지난 14일 야마카와의 소프트뱅크행이 보도되면서 다시 일본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야마카와 측은 지난 13일 소프트뱅크와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계약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실 소프트뱅크는 이전부터 야마카와를 주목해 왔다. 소프트뱅크는 정규시즌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진행된 미야자키 피닉스리그에 야마카와가 출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스카우트를 파견했었다. 그리고 이번 오프시즌 우타자 거포를 영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던 소프트뱅크가 야마카와를 영입하게 된 것이다.
야마카와의 소프트뱅크행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본 팬들의 분노는 대폭발했다. "팬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레이디스 데이도 개최하는 구단이 여성 문제로 올해를 통째로 날린 선수에게 4년 16억엔은 문제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소프트뱅크 팬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야마카와가 온다면 야구장에 가는 것을 멈출 것"이라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일본 대표팀 시절의 야마카와 호타카./게티이미지코리아
그리고 18일 야마카와의 소프트뱅크 입단이 보도되자 팬들은 소프트뱅크를 향해 비판, 비난을 쏟아냈다. 한 팬은 "소프트뱅크의 경우 4군까지 있는데,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불쌍하다. 동기부여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기소가 됐지만, 범죄를 저지른 야마카와에게 많은 돈을 투자한 소프트뱅크를 저격했다. 이 댓글의 공감수는 무려 4.3만개였다.
이어 또 다른 팬은 "자기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서 사는 듯한 자세를 보면 다른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이 불량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소프트뱅크 팬들이 불쌍하다. 구단에 연락이 쇄도한다는 기사도 여러 번 봤다. 오랜 팬, 여성 팬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영입을 강행하다니…"라며 쏘아붙였다. 이 댓글의 공감수는 1.7만개.
야마카와는 일본프로야구 통산 10시즌 동안 218개의 아치를 그려낼 정도로 한 방 능력을 갖춘 선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올해 성폭행 혐의로 인해 사실상 시즌을 통째로 날린 야마카와가 다시 홈런왕 시절의 면모를 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빗발치는 항의 속에서도 야마카와와 동행을 추진한 소프트뱅크의 계약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일단 수많은 팬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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