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더 쎌까.
시범경기의 뚜껑도 열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올 시즌 최고 선발진을 꼽으라는 질문이 나오면, 전문가들도 선뜻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투수 2명을 제외한 토종 선발트리오만 놓고 볼 때,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팀은 두 팀 정도 떠오른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다. 올 시즌 KIA가 LG 트윈스, KT 위즈와 3강으로 꼽히는 결정적 이유가 선발진이다. 기본적으로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지는 토종 3~5선발 무게감이 타 구단들을 압도한다. 단, 지난 몇 년간 외국인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양현종과 이의리, 윤영철은 전부 10승이 가능한, 검증된 자원들이다. 양현종은 2023시즌 전반기에 승운도 안 따르고 기복도 있었다. 그러나 2024시즌에 특유의 안정감 있는 행보를 되찾았다. 이의리와 윤영철은 똑 같은 왼손 영건이긴 하지만, 정 반대의 스타일로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의리는 150km를 찍은 왼손 파워피처이며, 윤영철은 수준급의 피네스 피처다. 둘 다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 다녀온 뒤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의리는 체인지업 그립을 바꿨다. 윤영철은 커터를 연마하고 있고, 양 손이 글러브에서 분리되는 타이밍을 늦추고 있다.
올 시즌 1선발을 맡을 외국인투수 윌 크로우는 “정 반대 스타일의 두 투수를 지켜보는 게 행복하다”라고 했다. 호주 캔버라스프링캠프에서 틈 만 나면 두 사람을 어드바이스 했다. 이미 어느 정도 보여준 실적이 있고, 영건 듀오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KIA 토종 3인방의 위력은 리그 최강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강력하게 도전장을 던질 팀이 한화다. 류현진의 12년만의 복귀만으로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류현진이 여전히 시즌 10승을 거뜬히 따낼 것으로 바라본다. 메이저리그에선 피네스피처였지만, 국내에선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구위로 압도하면서도 정교한 경기운영으로 유인하는, 특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전망이다.
류현진의 강력한 우산 속에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가 뜬다. 문동주는 지난해 신인상과 항저우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통해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알껍질을 다 깨지 못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KBO리그 최초 160km를 찍었고, 올해 더 나올 수도 있다. 주무기 커브에 변화구 품질, 커맨드의 일관성을 좀 더 강화하면 류현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따라갈 수도 있다. 류현진과 문동주 원투펀치만으로도 어지간한 팀의 토종 1~2선발을 압도할 전망이다.
한화 선발진의 마지막 한 자리는 오리무중이다. 부활을 노리는 김민우, 베테랑 이태양과 장민재, 영건 김기중, 남지민, 신인 황준서 등등. 5선발 경쟁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누가 그 자리를 맡아도 부담은 덜할 것이다.
KBO리그는 5선발까지 완벽하게 갖춘 팀이 많지 않다. 4선발까지만 강해도 순위다툼을 해볼 만하다고 인식한다. 때문에 토종 3~5선발이 강한 팀들은 단숨에 상위권에 오를 동력이 된다. 두 팀은 토종 선발투수들이 외국인투수를 제치고 1~2선발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보유했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또 다른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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