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사 김혜인]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화장실 문제를 결국 포기했다. 아이는 언젠가부터 내가 화장실만 들어가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오늘도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아이를 안심시키며 볼일을 본다.
생후 16개월에서 24개월을 재접근기라 부른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가 엄마에게 다시 접근하는 시기, 소위 ‘껌딱지’가 되는 시기이다. 아기들은 8개월 전후로 낯가림을 하다가 첫돌 무렵 걸음마기 시기에 엄마와 비교적 잘 떨어져 세상을 탐색한다. 그러다가 다시 엄마만 찾고 엄마를 자기에게 붙잡아 두려는 강한 경향을 보인다.
재접근기는 아이가 엄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기 전에 엄마에게서 독립해도 안전한지 안정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를 잘 지난 아이는 독립 개별화기를 맞이한다.
우리 아이에게도 재접근기가 왔다. 전에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때면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가서 민망하고 서운했는데, 지금은 두 달째 울면서 안 들어가려고 한다.
발달 치료실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치료실에는 아이의 흥미를 끌 만한 장난감이 많다. 아이를 데려다 준 뒤 내가 나가며 아이에게 인사를 하면, 아이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얼른 장난감을 탐색했다. 그러나 요즘엔 장난감은 쳐다보지도 않고 울면서 매달린다.
언어 치료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가 나와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십여 분을 치료실 안에서 같이 있었다. 치료사 선생님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도하자 드디어 아이가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아이를 보다가 치료실 밖으로 나왔는데 곧이어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전에는 잠깐 울다가도 곧 멈췄는데 최근에는 아이가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재접근기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의 재접근기는 또 다른 문제로 여겨졌다. 발달 촉진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 불안장애 소견도 받았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았다. 전문가 의견이 불일치할 때면 더욱 그렇다.
일부러 여러 병원을 다니며 의사들 의견을 비교해 보려 한 것은 아니다. 처음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을 때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권하는 치료를 받기 위해 소개받은 다른 병원, 치료센터에 가면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달랐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의사는 우리 아이에게 감각통합치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ABA(Applied Behavioral Analysis)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말했다. 그런데 다른 의사는 정확히 반대로 말했다.
분리불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전문가는 이 시기에 어떤 경우라도 아이를 엄마와 강제로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린이집과 치료를 잠시 쉬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내게 아이의 울음을 참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남편의 의견은 이렇다. 전문가 말이 일치하면 그대로 한다. 전문가 소견이 불일치하면 참고만 한다. 아마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그 단점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육아에서도 정답은 없었다. 선택만 있을 뿐이다.
나는 아이에게 감각통합치료를 더 받게 하고, 아이가 나와 강제로 떨어지는 경험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사랑과 인내가 오늘의 선택을 언젠가 정답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아이가 잘 자라서 사춘기가 되고, 비밀을 만들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말없이 나가기도 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교사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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