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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세트포지션에서 투구가 흔들렸다"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을 통해 빅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그동안 시범경기만 세 차례 등판했던 야마모토의 정규시즌 첫 등판이었다.
투구 내용은 역대 최악이었다. 야마모토는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초' 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승률, 평균자책점, 탈삼진), 정규시즌 MVP, 사와무라상을 품에 안은 선수로 118번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단 한 번도 1이닝 '퀵후크'의 경험은 없었던 선수다. 하지만 서울시리즈를 앞둔 시범경기부터 부진을 거듭하더니, 다저스 구단 역사에 전례가 없는 최악의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겨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27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은 야마모토는 게릿 콜(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야마모토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2이닝 동안 3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의 탄탄한 투구를 펼쳤고, 정규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호투는 단 한 차례에 끝났다. 야마모토는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3이닝 5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더니, 마지막 등판인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도 4⅔이닝 4실점(4자책)의 아쉬운 투구를 남겼다. 부진의 가장 유력한 배경으로 꼽힌 것은 '쿠세(버릇)'가 포착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데뷔전을 앞둔 20일 "조정할 부분은 확실하게 했다. 개막전을 향한 준비는 확실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자신감은 자신감에 머물렀다. 야마모토는 이날 단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일본프로야구 시절에도 없었던 악몽같은 하루, 특히 이는 다저스 역사상 데뷔전 최악의 투구로도 연결됐다. 야마모토는 초반부터 잰더 보가츠에게 안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리고 후속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실투를 공략당해 우중간 방면에 2타점 3루타를 맞으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계속해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야마모토는 후속타자 매니 마차도에게 볼넷을 내주게 됐고 무사 1, 3루에서 가까스로 김하성에게 희생플라이를 유도해, 한 점과 아웃카운트 한 개를 맞바꿨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야마모토는 루이스 캄푸사노와 타일러 웨이드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으면서 1회에만 무려 5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잭슨 메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힘겹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당초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의 투구수로 90구를 예고했다. 하지만 1회에만 무려 43구를 던진 야마모토는 2회부터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마모토의 부진한 투구 속에 다저스는 경기 초반부터 샌디에이고에 분위기를 내주게 됐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샌디에이고의 뒤를 쫓았지만, 끝내 흐름을 손에 넣지 못하면서 11-15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미·일 통산 '100승-100세이브-100홀드'의 '레전드' 우에하라 코지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빅리그 무대에서는 처음이라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일단 선두타자부터 초구에 안타를 맞았다는 점에서 동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차이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요인이 겹쳐서 지금같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야마모토가 부진한 배경을 짚었다.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 또한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버트 감독은 "야마모토가 스프링캠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구위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다. 커맨드의 문제였다. 다시 커맨드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굉장히 금방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야마모토가 기대도 많이 하고, 긴장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1회 초구에 안타를 맞았는데, 여기서 쇼크를 받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본의 레전드와 사령탑 모두가 보가츠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경기를 시작한 점을 대량실점의 원인으로 짚었는데, 야마모토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야마모토는 "의식을 하면서 피칭을 했지만, 초구에 안타를 맞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는 "세트포지션에서 투구가 흔들렸다. 수정해야 할 포인트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투수코치님에게 조언을 받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최악의 투구를 남기면서 패전을 떠안은 만큼 다음에는 더 좋은 투구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야마모토는 "경기에서 패해서 분하다.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확실히 경기를 돌아보고 팀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과연 야마모토가 세 경기 연속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모습은 3억 2500만 달러라는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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