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신인이 그 정도 모습이면, 좋게 평가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뽑은 경북고 출신의 전미르(19). 투타 겸업이 가능한 특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즉시전력감인 건 선발 당시부터 기정 사실이었고, 관심사는 이도류였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현 시점에선 무리라고 봤다. 야구를 그만 둘 때 까진 ‘절대 안 돼’라는 건 아닌데, 일단 현 시점에선 투수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방향성을 잡아줬다. 타자보다 투수로서 대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렇게 불펜에 합류했다. 시범경기서 4경기에 나섰다.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00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4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0-5로 뒤진 8회말 무사 만루서 마운드에 올라 삼진 3개를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물론 폭투로 한 점을 줬고, 볼넷도 하나 허용했지만, KKK가 단연 강렬했다.
물론 경기흐름이 SSG로 확 넘어간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무사 만루는 신인에게 가벼운 상황은 아니다. 전미르는 올라오자마자 최지훈을 상대로 피치클락 위반을 범했으나 평정심이 무너지지 않았다. 147~148km 포심에 커브를 섞었다. 커브가 한 차례 폭투가 됐지만, 150km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박성한 타석에서 포심과 커브 모두 높게 형성되며 볼넷을 내주긴 했다. 그러나 1사 만루서 최정과 하재훈을 잇따라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최정은 말할 것도 없고 하재훈도 한 방이 있는 타자다. 이들에게 타자친회적인 SSG랜더스필드에서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결정구로도 커브를 구사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포수 유강남의 투수리드도 좋았지만, 전미르도 커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커브하고 슬라이더가 좋다. 신인이 마운드에서 그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게 평가한다. 슬라이더로 카운트도 잘 잡고 결정구로도 쓰고. 커브 각도도 괜찮고”라고 했다.
1사 만루서 전미르가 한 방을 맞았다면, 롯데의 9회초 6득점 대추격은 분위기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롯데는 결국 9회말 마무리 김원중이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끝내기홈런을 맞고 졌다. 그러나 전미르의 강렬한 8회말은 단연 소득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가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길 바랐다. “시범경기 초반보다 구속이 더 나오는데, 오버페이스만 안 하면 좋을 것 같다. 욕심을 낼 수도 있는데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라고 했다. 장기레이스를 버티는 노하우가 전무한 신인이 ‘촌X 마라톤’을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김태형 감독은 “안 좋을 때 대처하는 능력을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 정도면 굉장히 좋은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 상황의 기용이 ‘강하게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태형 감독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자신감을 줘야 한다. 10점차로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 올려야 상대팀이 접고 들어간다”라고 했다.
그런 전미르는 26일 광주 KIA전에도 경기 막판 투입, ⅔이닝 무실점했다. 이래저래 롯데에 지켜봐야 할, 흥미로운 영건이 탄생했다. 필승계투조까지 맡을 수 있으면 대성공이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