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71 악몽은 사라졌다. 1.13만 남았다.
NC 다이노스 베테랑 클로저 이용찬(35)은 지난 1월 구단 시무식에서 작년 포스트시즌 7경기서 7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7.71로 크게 부진한 이유를 밝혔다. WBC에 맞춰 평소보다 일찍 몸을 만들었고, 144경기 풀타임을 치르느라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확연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체력이 떨어지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밸런스가 무너지면 공의 탄착군부터 넓어진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에 류진욱과 함께 메인 셋업맨을 맡던 김영규가 빠져나갔다. 이용찬은 다른 불펜과 함께 당시 자신의 역할도 좀 더 커졌다고 돌아봤다.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떨어진 시기에 역할이 커지면서 크게 흔들렸다고 했다. 실제 이용찬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NC는 작년 포스트시즌서 승승장구했지만, 9회는 늘 조마조마했다. 이용찬의 투구는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한결 같이 불안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큰 것 한방을 얻어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NC에 마땅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용찬이 2023시즌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공을 잡는 시점을 늦추자.” 시무식에서 이 같이 밝히며 자신에게 맞는 시즌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산 158세이브를 따낸 베테랑에겐, 이미 시뮬레이션이 끝난 상태였다.
2023년 NC의 투손 스프링캠프를 취재했을 때, 이용찬은 후배 투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던졌다. 선발 시절엔 불펜에서 100개를 던졌으며, 마무리를 할 땐 70구라고 했다. 당시 WBC를 준비하느라 의도적으로 루틴 적용 시기를 앞당기긴 했다. 투구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보직에 맞는 투구수를 소화할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용찬 정도의 베테랑이면 개성을 충분히 존중을 받는다. 투손에서 예년보다 다시 늦게 공을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올 시즌 7경기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이다. 사실 시범경기 5경기서도 5경기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80.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포심 평균속도는 작년 146.5km였으나 올해 144.9km로 살짝 떨어졌다. 그러나 이용찬은 작년보다 포심에 더 많이 의존한다. 스피드는 어차피 컨디션이 올라오면 더 나올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대신 포심과 포크볼 피안타율이 작년과 확연히 차이 난다. 작년엔 각각 0.217, 0.278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각각 0.176, 0.143으로 확 떨어졌다. 단, 세이브가 아직 1개다. NC 타선이 갑자기 확 터지면서 이용찬이 세이브를 하지 않아도 이기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이용찬도 NC의 1위 질주에 은근히 큰 역할을 했다. 루틴 적용시기를 조정하면서 시즌 막판에 체력이 확 떨어질 가능성을 낮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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