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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 구단에 맡겼다"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엔트리에 변화를 가져갔다. '캡틴' 전준우와 이민석, 정우준을 콜업하고 전날(25일) 1⅔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나균안과 현도훈, 이선우를 말소했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뒤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나균안은 2021시즌 23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을 기록하며 값진 경험치를 쌓았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9경기에 나서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로 눈에 띄게 좋아진 성적을 거두며 포지션 전향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나균안이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해였다. 나균안은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승을 쓸어담는 등 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하며 생애 첫 월간 MVP 타이틀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했고,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이바지했다. 병역혜택까지 받고 돌아온 나균안은 지난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롯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균안에 대해서는 4선발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나균안에게서는 지난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나균안은 4월까지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오히려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는 듯했던 모습. 하지만 5월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3.50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남기면서 결국 한차례 2군으로 내려갔다. 이에 재정비를 가진 뒤 6월 중순 마운드로 돌아왔고, 만족스럽진 않지만 두 경기 연속 5이닝 4실점(4자책)의 경기를 펼쳤다.
2024년 5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5회말 1사 2루서 두산 양석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5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4회말 2사 후 두산 정수빈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허탈해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그런데 문제는 25일 경기를 앞두고 발생했다. 선발 등판을 앞둔 나균안이 술자리를 갖고 있는 사진들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떠돌았던 것. 이런 상황에서 나균안은 25일 경기 선발로 출격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1회 경기 시작부터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준 뒤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투런홈런을 맞더니, 김도영을 시작으로 최형우-나성범-이우성까지 네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 박찬호에게 적시타를 맞는 등 1회에만 무려 5실점을 기록했다. 나균안이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낼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무려 26분이었다.
이닝을 거듭해도 투구 내용은 개선되지 않았다. 나균안은 2회에도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샇았는데, 이우성과 최원준에게도 연거푸 볼넷을 허용하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자멸했다. 나균안은 폭투로 허무하게 한 점을 더 내준 뒤 한준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실점은 8점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폭투 때 홈을 파고들던 김도영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오른손에 찰과상을 입은 까닭에 이닝을 매듭짓지도 못하고 강판됐다. 평균자책점은 8.08에서 9.05으로 수직 상승했다.
잇따른 부진 속 나균안의 선발진 이탈이 확정됐다. 김태형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균안과 이야기는 해봤느냐'는 질문에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다. 구단 규정이 있더라. 구단 회의를 통해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 구단에 맡겼다. 아마 징계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머지 않아 나균안의 구단 내부 징계가 나올 전망이다.
그렇다면 나균안의 공백은 누가 메우게 될까. 일단 사령탑은 최근 불펜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진을 선발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박진을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안정감이 있다"며 "정현수는 지금 중간 쪽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민석이는 그대로 불펜 투수로 가려고 한다. 일단 (구)승민이가 좋아진 것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선발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현희 또한 자연스럽게 불펜에 잔류하게 됐다.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롯데 전준우가 1회말 무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6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LG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이날 롯데에는 라인업에 변화가 생겼다. 바로 캡틴이 복귀했기 떄문이다. 롯데는 황성빈(중견수)-윤동희(우익수)-고승민(2루수)-빅터 레이예스(좌익수)-전준우(지명타자)-나승엽(1루수)-정훈(3루수)-박승욱(유격수)-손성빈(포수) 순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롯데는 전날(25일) 나균안의 부진한 투구로 인해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빼앗겼다. 하지만 4회말 공격부터 조금씩 추격을 시작하더니, 무려 13점차 열세의 경기를 뒤집었다. 비록 리드를 지켜내진 못하면서 15-15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1패가 될 뻔했던 경기를 1무로 마친 것은 꽤 컸다. 김태형 감독은 "진이 빠지더라. 원래는 4회말 공격이 끝난 뒤 주전 선수들을 모두 바꾸려고 했는데, 거기서 따라가기 시작했다"며 "타자들이 좋은 투수들을 만나면 못 칠 수도 있지만, 네일은 우리나라에서 탑 수준의 선수인데 몰리는 공을 놓치지 않고 좋은 결과로 만들어냈다. 그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고 야수들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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