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윤규진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감독 인터뷰
어린 선수들 성장에 초점 맞추는 '천생 유소년야구 지도자'
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마이데일리 = 장충어린이야구장 심재희 기자] 열일곱 번째 일구일행 인터뷰 주인공은 윤규진(39)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감독이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를 주위에서는 '천생 유소년야구 지도자'라 부른다. 유소년야구 감독으로서 어린 아이들을 올바르게 잘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윤규진 감독은 "야구를 잘하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으로 잘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천생' 유소년야구 지도자
윤규진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노원구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청량중과 경동고를 거쳐 제주국제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유격수 포지션을 맡은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프로테스트를 받을 정도로 좋은 기량을 보였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프로 무대를 밟지 못하고 대학교 졸업 후 입대했다. 제대 후 선수가 아닌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2009년 제대 후 야구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하게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됐다." 윤 감독은 2009년 모교인 청량중 코치를 맡았다. 청량중 은사인 강정필 감독의 부탁으로 후배들을 지도하게 됐다. 그는 "사실 제대를 하고 난 뒤에 야구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업었다. 강정필 감독님께서 코치로서 새로운 출발을 권유하셨고, 존경하는 스승님을 따라 후배들과 함께 호흡했다"며 "청량중에 이어 상명중 코치를 맡았고, 2017년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창단과 함께 감독이 됐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20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지도자 생활을 한 게 어느덧 10여 년이나 됐다. 은사의 요청으로 지도자로 변신해 묵묵히 전진하며 현재 자리에 섰다. 기술보다는 인성, 예의범절, 기본기를 강조하며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천생 유소년야구지도자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은 "중학교 코치로 활약할 때부터 윤 감독을 봐 왔다. 2017년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창단 후 어린 선수들을 올바르게 잘 키워내고 있다. '천생' 유소년야구 지도자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 성적보다 '성장'이 중요하다
윤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기본기'다. 어린 선수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단기간의 성적보다 멀리 보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준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좋은 인성을 갖추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며 "감독인 제가 선수들의 성공을 완전히 책임질 순 없다. 하지만 선수들이 발전을 이루게 만들어야 한다. 성장하는 선수들이 결국 성공하는 법이다"고 말했다.
지도자 철학에 대한 질문에 잠시 고민한 그는 "거창한 지도자 철학 같은 건 없다. '존경 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새기고 있긴 하다"고 밝혔다. 이어 "(송파구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할 때 같이 했던 선수들이 성장해서 20대가 됐다. 제자들이 가끔 연락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때 매우 뿌듯하다"며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야구를 하면서 새긴 긍정적인 부분들이 엿보여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은 다른 구단 감독이나 코치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의가 바르고 야구 또한 성실하게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야구장 안에서와 밖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윤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말보다 습관이 먼저다'라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올바른 행동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야구장에서는 '야구에 미쳐라'라고 주문한다. 야구장 안에서는 파이팅 넘치게 열심히 상대와 싸워야 한다"며 "하지만 야구장 밖에서는 또 다르다.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착하게 성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송파구 유소년야구단은 2017년 10명 정도로 문을 열었다. 취미로 야구를 하는 어린 선수들이 팀을 이뤘다. 윤 감독의 지휘 하에 성장세를 거듭했다. 한때 70명에 달하는 선수들을 보유했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신흥강호로 자리를 잡을 무렵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팀이 흔들렸다. 하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 윤 감독은 "코로나19로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이 많이 빠져 나갔다. 70명에 육박한 인원이 한때 15명까지 줄었다"고 고백했다.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그는 개인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구단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원이 줄어든 탓에 정상적으로 구단 운영을 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송파구 유소년야구단은 스스로 일어섰다. 윤 감독은 "당시 선수 부모님들이 구단을 위해서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부모님들이 아무 조건 없이 구단에 큰 도움을 주셨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면서 정말 많은 부분을 배웠다. 아울러 부모님들의 헌신에 감동했고,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똘똘 뭉쳐 정면돌파를 한 송파구 유소년야구단은 2022년 중반 후반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듯이,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면서 구단의 응집력과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윤 감독은 "코로나19로 약 2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기에 현재 더 즐겁게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이제 구단 전체 인원이 다시 60~70명 정도가 됐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확실히 맞는 것 같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감독
2017년 창단해 이제 7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코로나19로 주춤거리긴 했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현재 선수반 10명과 취미반 50~60명으로 탄탄한 구단 입지를 다졌다. 중앙대에 진학한 유채운 등 좋은 실력을 보유한 선수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역시 그 중심에 윤 감독이 있다. 그는 송파구 유소년야구단이 잘 운영되는 비결에 대해 또다시 "성적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자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야구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게 제 임무다"고 첨언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선수로 12년 정도를 뛰었다. 군대에 갔다와서 우연한 기회에 지도자가 됐다. 중학교 코치를 거쳐 유소년야구단 감독으로 변신했다. 지도자 경력이 어느덧 15년으로 늘었다. 정작 그는 '천생 유소년야구 지도자'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자신이 강조하듯이 성공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는 "코치로서 감독으로서도 항상 성장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나브로 저도 성장한 것 같다.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윤 감독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선, 코치님들께 감사하다. 2017년 구단 창단부터 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강현우 코치와 청량중 제자였다가 같은 곳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고명수 코치께서 구단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정말 고맙다. 또한,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학부모님께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끝으로 저에게 송파구 유소년야구단 감독이 될 기회를 열어 주신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님과 윤이락 사무총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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