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기고] “중대재해는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이형근 안전보건체계지원부 과장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중대재해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그 피해는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평온한 우리의 삶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불행’들과도 같다. 건강할 줄만 알았던 가족에게 찾아오는 ‘병마’ 그리고 익숙한 출근길에 갑자기 발생한 ‘교통사고’가 그러하다. 이러한 불행들은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며, 그 결과는 종종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불행이 삶을 망가뜨리게 두지 않기 위해 우리는 ‘보험’을 들고 만일의 경우를 준비한다. 자동차 보험과 기본적인 건강보험은 필수로 가입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심장질환·암보험 등 특약보험으로 우리의 삶에 맞춰 안전하게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라는 불행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험을 들어야 할까? 정답은 바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것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동시에 중대재해 발생 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7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준비해야 한다. 경영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의지를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조직·예산·인력을 투입해야 하며,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면밀한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보건 역량 및 재정적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챙기는 것, 나아가 사업장 특성에 맞는 대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컨설팅은 2~4개월간 최대 5회에 걸쳐 진행된다. 공단, 안전·보건 관리기관, 노무법인 등의 전문가가 사업장을 방문하며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수사에 착수한 건은 717건으로, 이중 검찰 송치한 건은 128건, 내사종결한 건은 95건이다. 1심 이상 판결은 22건인데 경영자 징역형 선고 3건, 구속 2건이며 최대 2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처럼 중대재해는 우리 일터의 안녕을 흔들 수 있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주행거리 1만km 당 사고확률은 1/1000에 불과하지만, 사고 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망가질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은 없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중대재해가 우리의 삶을 그리고 우리의 일터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통해 대비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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