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가을 장대비에 경기하더니 정작 비 그쳤는데 야구를 못한다고?
야구 팬들은 충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은 거센 빗속에서도 강행했다. 예정시각에서 66분간 기다린 뒤 19시36분에 시작했지만, 비 예보는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밤이 깊어갈수록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럼에도 KBO는 경기를 일단 강행했다. 5회말 종료 후 클리닝타임에 맞춰 그라운드 긴급보수도 실시했다. 이른바 복토 작업이었다. 그러나 6회초가 시작되고 삼성 김헌곤의 솔로홈런이 터지기 전후로 빗줄기가 강력해졌다. 결국 경기가 중단된 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후 광주에는 계속 비가 내렸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애당초 경기를 시작하지 않아야 했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일부 야구 팬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전반적으로 1점 리드를 잡은 삼성의 상승세가 끊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22일 16시부터 예정된 1차전 잔여이닝과 2차전은 13시50분에 일찌감치 전부 취소됐다. 사실 이날은 아침과 오전에 비가 오락가락했으나 정오가 지나면서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20시 전후부터 다시 비 예보가 있지만, 당장 비가 내리지 않는데 예보만 믿고 경기를 취소하는 것도 어폐가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을 방불케 한 비가 내린 21일 1차전은 경기를 강행하다 중단했고, 이날 2차전은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데 경기시작 2시간10분 전에 미리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벌써 비판을 보내는 팬이 많다.
그러나 KBO도 할 말은 있다. 현장에서 느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광주에 비 예보가 21일부터 22일까지 있는 건 모든 사람이 알았다. 단, 21일의 경우 22일까지 비 예보가 있는 마당에 쉽게 경기를 취소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었다. 어떻게든 한국시리즈의 문을 일단 여는 게 빗속에서 현장을 찾은 관중에 대한 예의라고 봤다.
그리고 22일의 경우 정오부터 일찌감치 방수포가 덮힌 내야 그라운드에 공기를 불어넣어 건조를 유도하는 등 그라운드 정비에 총력을 가했다. 그러나 KBO 관계자는 “그라운드 정비에만 3시간 이상 걸린다는 그라운드 키퍼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20시부터 또 다시 비 예보가 있다.
실제 그라운드 상태가 말이 아니다. 22일 오전까지 계속 내린 비로 21일보다 훨씬 악화됐다. 외야 워닝트랙 일부에선 물웅덩이도 형성됐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는 그라운드에서 갑자기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의 부상방지도 중요하다.
만약 그라운드 정비까지 3시간 정도 기다리고, 그때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1차전 잔여일정은 정상적으로 끝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단, 그렇다고 해도 1차전 이후 2차전을 진행할 때 비로 방해를 받을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1차전을 어렵게 끝내도 2차전마저 우천에 의한 노게임, 강우콜드, 서스펜디드 게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광주는 오후 늦게부터 밤 늦게까지 다시 비 예보가 있다.
이래저래 KBO로선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초유의 2박3일짜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성사됐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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