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주축 선수들이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유망주 육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두산은 지난해 74승 2무 68패라는 훌륭한 성적을 바탕으로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에게 패하며, 단 한 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일정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도 같은 결과가 되풀이 됐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일명 '오재원 쇼크'로 인해 힘이 돼 줘야 할 선수들이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등 온갖 악재들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는 한 단계 높은 4위로 시즌을 마쳤으나,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와일드카드 업셋을 당하면서 2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일정을 종료했다.
이승엽 감독은 포스트시즌 일정이 끝난 뒤 한 시즌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베테랑 선수 위주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은 올라오지 않고, 베테랑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면서 백업들과의 실력 차이가 벌어졌다"며 젊은 유망주들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베테랑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두산은 이번 겨울 유망주 육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단 스타트가 좋다. 두산은 지난 2006년부터 정규시즌이 끝난 뒤 진행되는 미야자키 피닉스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11경기에서 2승 3무라는 성과를 거뒀다. 미야자키 피닉스리그는 부상 등으로 인해 경기 출전 횟수가 부족한 일본의 1군 선수들은 물론 각 팀에서 내놓으라 하는 유망주들이 총집합하는 '가을 리그'로 볼 수 있다.
▲ 주도적 볼배합 통한 투수 육성
두산은 이번 미야자키 피닉스리그를 통해 유망주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포수가 아닌, 피치컴을 활용해 투수가 직접 사인을 낸 점이다. 이는 투수들이 포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기의 흐름을 읽고 범타를 유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정 속에서 2승 3무를 기록한 것은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직접 사인을 내며 투구에 임한 최종인은 "마운드에서 스스로 생각하면서 볼배합을 했다. 결과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그 자체로 큰 경험이 됐다.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 공을 생각하니까 확실히 효과를 봤다"고 소감을 밝혔고, 최준호는 "타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됐다. 빠르게 승부를 하니까 투구수가 줄어들고, 그러면서 긴 이닝 소화도 가능했다. 내년 시즌 이후에도 쓸 수 있는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두산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김유성의 경우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상대로 1회부터 타구에 팔뚝을 맞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주도적인 볼배합을 통해 6이닝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었고, 많이 배운 기간이었다. 내 공이 상대에게 통한다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마운드에서는 최준호가 2경기(9⅔이닝) 6탈삼진 무실점, 최종인이 4경기(4⅔이닝) 6탈삼진 평균자책점 3.86, 김무빈이 3경기(5이닝) 6탈삼진 무실점, 권휘(7이닝 ERA 1.29), 윤태호(7이닝 ERA 1.29), 박지호(6⅓이닝 ERA 1.42)가 눈에 띄었다면, 야수 중에서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더 김동준이 11경기에서 타율 0.387(31타수 12안타) OPS 1.005, 지난해 8라운더 박민준 또한 7경기에서 타율 0.333(12타수 4안타)로 눈도장을 찍었다.
▲ 日 미야자키 피닉스리그의 성과에 웃은 이승엽 감독
이러한 활약에 이승엽 감독도 함박미소를 지었다. 사령탑은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희망이 생겼다. 미야자키 피닉스리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이 많았고,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선수들이 내년에 1군 무대에서 충분히 뛸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선수들에게 '베테랑을 이겨라'고 말했다"며 "베테랑 선수들을 이겨야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다. 이런 어린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활약한다면, 두산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번 겨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허경민과 결별했다. 하지만 외부 자원 영입을 통해 허경민의 공백을 메우는 것보다 내부 경쟁과 육성을 통해 적임자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두산 시절 미야자키 피닉스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주전으로 도약, 이제는 KBO 현역 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박건우(NC 다이노스)의 사례를 다시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가을 '무한경쟁'과 함께 '허슬두'의 부활을 외친 이승엽 감독. 미야자키 피닉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을 비롯해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보다 성장한 유망주들의 모습을 내년에는 더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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