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음주운전 징계 강화도 무용지물이다. 사고를 칠 선수는 결국 사고를 친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LG 트윈스는 지난 20일 "김유민이 17일 밤 11시 30분경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며 "김유민은 19일 구단에 자신신고를 했고, 구단은 사실 확인 후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LG는 올해 음주운전으로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최승준 코치가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LG는 선수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코치가 음주운전 사고를 치자, 큰 고민 없이 '계약 해지'라는 최고 수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LG는 "음주 운전은 어떠한 이유나 변명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범법행위로서 구단은 강력한 징계를 내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준법교육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는데, 음주운전의 악몽은 최승준 코치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9월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은 이상영도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당시 이상영은 술을 마신 채 '후배' 이믿음의 차를 몰다가 앞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고, 피해 차주가 이상영의 음주운전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미 이상영은 술을 마신 채 30km 이상을 운전한 상황에서 경찰과 마주했고,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됐다. 이에 이상영은 KBO 규약에 따라 '1년 실격'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로 인해 이상영의 KBO 징계가 지난 13일에서야 발표됐는데, 징계가 나온지 불과 4일 만이었던 17일 밤 2021년 7라운드 전체 67순위의 김유민이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다행히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으나, 김유민 또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겁이 났던 것일까. 김유민은 적발 직후가 아닌, 하루가 더 지난 상황인 19일 구단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LG가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그리고 김유민은 20일 KBO로부터 1년 실격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2026시즌에서야 LG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됐다.
LG도 무려 세 번이나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지난 2019년 윤형준(개명전 윤대영) NC 다이노스 코치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이후 단 한 번도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까닭. LG는 "선수단에게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자세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일어난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LG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구단은 그 책임을 깊게 통감하고 있으며, 팬 여러분의 어떠한 비판과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철저한 반성 속에 선수단 교육과 관리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재점검하여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차명석 단장은 20일 팬들과 소통을 위해 출연한 구단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단장으로서 죄송한 마음에 저도 구단에 자체 징계를 내려달라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수단 관리 미숙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 사고를 친 사람은 어떠한 루트로든 사과 사죄, 반성의 뜻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구단과 구단 관계자만 거듭 고개를 숙이는 상황이었다.
이는 LG뿐만이 아니다. 롯데도 올 시즌이 끝난 뒤 김도규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됐고, 면허정지 처분에 따라 KBO로부터 7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즌이 끝난 뒤의 일이었지만, 김도규는 입을 굳게 닫았고, 롯데가 대신해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KBO리그에는 그동안 수많은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매년 한두 건의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악'의 예로 강정호가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생활까지 단절됐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 걸리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구단은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KBO는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구단의 이중징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KBO 징계만 끝나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인지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사고 근절을 위해 첫 번째 음주운전에 적발되더라도 징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단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 선수 생활이 끝날 수 있다면, 소위 '숙취운전' 마저 조심하지 않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