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는 구종에 스윙이 많다고 하는데…”
KIA 타이거즈가 26일 영입을 공식발표한 새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33).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 터트렸다. 마이너리그에선 138홈런에 30홈런 이상 두 차례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올해 KBO리그 홈런왕 맷 데이비슨(33, NC 다이노스)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보면 된다. 애버리지는 떨어지지만 제대로 걸리면 한 방이다. KIA 타선은 주로 중장거리 타자로 구성됐다. 위즈덤이 국내타자들과 잘 어울릴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위즈덤의 볼삼비가 메이저리그 통산 0.25(134사사구 540삼진), 마이너리그 통산 0.36(341사사구 941삼진)이었다는 점이다. 삼진 1개를 당할 때 볼넷이 0.2~0.3개 수준이면 전형적인 공갈포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이 수치는 KBO리그에서 개선될 수 있다고 믿었다. 위즈덤 영입이 미국 언론들에 의해 보도된 직후 전화통화가 된 이범호 감독은 “일단 경험해 봐야 한다. 치는 걸 볼 때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는 공에 스윙이 많다”라고 했다. 낙차 큰 변화구에 참을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범호 감독은 “(투수의)직구 스피드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는 보통 미국보다 평균 7~8km 늦다. (타격)타이밍을 뒤로 가져온 상태에서 타이밍을 잘 잡으면 우리나라 투수들 변화구를 충분히 잘 참을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KBO리그든 메이저리그든 마이너리그든 대부분 타자는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타격을 준비한다. 단, 미국은 국내투수들보다 평균구속이 빨라 타자들이 더 빨리 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걸 KBO리그 투수들의 속도에 맞게 타이밍을 살짝 늦춰 여유 있게 대처하다 보면, 그만큼 변화구를 볼 시간도 늘어난다. 골라낼 여지가 생긴다. 한국야구의 웃픈 현실이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위즈덤과 가장 비슷한 타자가 이미 올해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맷 데이비슨(33, NC 다이노스)이다. 데이비슨의 볼삼비는 메이저리그 통산 0.23(89사사구 381삼진), 마이너리그 통산 0.37(523사사구 1404삼진)이다. 위즈덤과 비슷했다. 그러나 올해 NC에서 0.43(61사사구 142삼진)으로 개선됐다. 심지어 타율 0.303을 쳤다.
위즈덤이 KIA에서 고유의 스타일을 버릴 필요는 없다. 버려서도 안 된다. KIA는 위즈덤의 장점인 한 방 능력을 보고 영입했다. 그러나 KBO리그 투수들에 맞춰 타격 준비에 약간 여유를 가지면 장점을 살리면서 삼진을 줄일 여지는 충분하다. 결정적으로 데이비슨의 미국에서의 스탯이 위즈덤보다 좋다고 보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위즈덤은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 사이에서 타격한다. 투수들이 도망가는 투구를 하지 못한다. 이범호 감독도 “앞뒤로 최고 선수들이 받친다. 그러면 볼배합이 달라진다. 이 선수가 갖고 있는 최대의 능력치를 끌어낼 수 있다. 일단 4번타자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위즈덤의 극악의 볼삼비가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실제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KBO에서 성공확률이 그만큼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막연한 비관을 할 필요도 없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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